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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근목피'의 비밀
    기타 2010. 7. 3. 21:44

    [이우석의식음털털] '초근목피'의 비밀

    # 흉년이 심하게 든 어느 해. 달마저 숨어버린 밤. 관솔불을 든 농민 수 십명이 마을 천석꾼 집으로 몰려든다. 굳게 걸어 잠근 대문 앞에 선 사람들의 퀭한 두 눈에 비친 불은 그야말로 이글이글 타오른다. 문이 열리고 홍두깨를 든 부잣집 머슴들이 뛰쳐나온다.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차례 뼈와 살점이 튀더니. 화과산 바위같던 곳간 문이 열린다. 금싸라기같은 곡식이 성난 농민들에게 돌아갔다.

    옛날 어느 흉년 보릿고개에 일어났을 법한 농민봉기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대목이 있다. 그나마 보리밥이라도 챙겨먹고 살던 부잣집 머슴들이. 매 끼니마다 초근목피(草根木皮·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명하던 굶주린 농민들에게 변변한 힘 한번 못쓰고 파죽지세로 당했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발칙한 상상 하나를 덧입혀봤다.

    실상 흉작으로 연명할 곡기 하나 챙겨놓지 못했던 농민들이 캐먹던 ‘초근’이란 바로 칡뿌리. 더덕. 우엉. 도라지. 마 등 갖은 산채로부터 심지어 삼. 황기 등 몸에 이로운 보약재였다면?. 또 ‘목피’가 엄나무. 두릅나무. 헛개나무 등이라면. 분명히 보리밥에 건건이 하나 놓고 끼니를 때우던 머슴들 쯤이야 간단히 제압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요새로 보면 죄다 웰빙음식에 속하는 것들이다. 단백질과 무기질이 많은 두릅나무 껍질은 양기를 더하는 성질이 있으며. 해동피(海東皮)라 불리는 엄나무 껍질은 관절염에 특효다. 황기는 면역력을 강하게 하고. 강장효과가 있으며 허약체질 개선에 딱이다. 칡에는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C가 풍부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줘 고혈압.동맥경화.고지혈증. 협심증 등에 좋으며 피로회복에도 좋은 음식이다. 도라지도 면역력 강화에는 약재처럼 쓰이는 뿌리식물이다. 자양강장에 더 없이 좋다는 더덕이나 삼(參)이야 말할 것도 없다.

    ‘산 속의 장어’라 불리는 마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황산화 물질과 소화기능을 촉진시키는 전분. 아밀로스. 콜린. 사포닌. 미네랄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마의 끈끈한 즙인 뮤신은 단백질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이처럼 주린 배를 부여잡고 초근목피를 캐먹던 농민들은 예상(?)과는 달리 건장한 몸을 갖게되어. 영양실조와 운동부족으로 허약한 머슴과 양반들을 단숨에 때려누였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논에서 잡은 미꾸라지나 산에서 구한 날짐승과 산짐승을 먹고 단백질까지 보충했다면 점점 들어맞는다. TV나 영화 사극에서도 보통 천민 캐릭터들은 비실비실한 양반 캐릭터에 비해 우람한 신체를 지니도록 설정된다. 평상시 운동량이 많은 백정이 고기 부스러기까지 매일 먹고 살았을테니. 성장기에 충분한 단백질 공급으로 임꺽정같은 장사가 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식습관은 중요하다.

    땅만 파고 살던 어진 백성들이 오죽 굶주렸으면 죄가 되는 줄 알면서도 이웃을 습격했을까마는. 사실 ‘초근목피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꾸며낸 가설이니 독자들의 착오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우석기자 d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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