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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십종수(八十種樹)]
    좋은 시, 좋은 글 2018. 10. 18. 23:53


    박목월의 수필 '씨 뿌리기'에, 호주머니에 은행 열매나 호두를 넣고 다니며 학교 빈터나 뒷산에 심는 노교수 이야기가 나온다.

    나무를 심는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열리는 것을 보겠느냐고 묻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 라고 답했다.


    여러 해 만에 그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키만큼 자란 은행 나무와 제법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를 보았다.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六十不種樹)"고 말한다.

    심어봤자 그 열매나 재목은 못 보겠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나 宋兪가 고희연(古稀宴)에서 귤(柑) 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그는 10년 뒤 그 나무에 열린 귤 열매를 따먹었고, 그러고도 10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떴다.


    黃欽이 80세에 낙향한 후  산에 밤나무를 심었다. 이웃 사람이 말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
    "심심해서 그런 걸세. 자손에게 남겨준대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
    10년 뒤에도 황흠은 건강했고, 그때 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렸다.

    이웃을 불러 말했다.
    "자네 이 밤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 한 일이 날 위한 것이 되어 버렸군."


    洪彦弼의 아내는 평양에 세 번 갔다.

    어려서는 평양 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갔고, 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갔으며, 세 번째는 아들을 따라갔다.

    그녀가 처음 갔을 때 장난삼아 평양 감영에 배를 심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그 열매를 따 먹었다.

    세 번째 갔을 때는 재목으로 베어 다리를 만들어 놓고 돌아왔다.


    세 이야기 모두 '송천필담(松泉筆譚)'에 나온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예순만 넘으면 노인 행세를 하며 공부도 놓고 일도 안 하며 그럭저럭 살려는 사람이 많다.

    100세 시대에 이런 早老는 너무 지나치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란다. 설사 내가 그 열매를 못 딴들 어떠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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