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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물고기 성전환까지 하며 짝짓는 이유는"
    생활 속 이야기(일반) 2006. 2. 17. 10:11
    2006년 2월 17일 (금) 03:21   동아일보

    [동아일보]

    《동물이 자손을 낳으려면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물고기의 일부는 이성이 사라지면 스스로 성을 전환하면서 짝짓기를 시도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물고기에서 정자로 자랄 것으로 예상된 원시생식세포가 난자로 자랄 수 있다고 한다.

    굳이 두 가지 성이 필요한 것은 자손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보고도 나왔다.》

    일부 물고기는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성을 전환하는 능력이 있다. 만일 무리에서 어느 한쪽 성이 사라지면 남은 개체 가운데 일부가 성전환을 일으킨다.

    한 가지 사례가 한국 남해안에서도 발견되는 10cm 길이의 청소놀래기. 평소 수컷 한 마리가 대장 노릇을 하며 암컷 여러 마리를 이끌고 다니다가 수컷이 죽으면 암컷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개체가 수컷으로 변한다. 성전환에 걸리는 시간은 이틀 정도. 반대로 흰동가리라는 물고기는 암컷이 죽으면 수컷이 암컷으로 변한다.

    ○ 송어 원시생식세포, 정자-난자 모두 가능

    일본 도쿄해양과학기술대 해양생물과학과 요시자키 고로 교수팀은 무지개송어를 대상으로 성전환 능력의 ‘근원’을 찾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0일자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어른 수컷 송어의 정소에서 장차 정자로 자랄 원시생식세포를 떼어내 새끼 송어 암컷과 수컷 복부에 주입했다. 당연히 수컷의 정소에서는 원시생식세포가 정자로 자라났다. 그런데 암컷의 난소에서는 놀랍게도 난자가 만들어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험에 사용한 난소들의 37%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이 난자를 정자와 수정시키자 정상 개체들이 생겨났다.

    요시자키 교수는 “원시생식세포는 정소에 있더라도 정자와 난자 모두 자랄 수 있는 줄기세포 같은 능력을 갖췄다”며 “물고기가 성전환을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세포 수준에서 처음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물고기가 성을 전환하는 이유는 당연히 짝짓기를 통해 자손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런데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성 간의 짝짓기는 불합리해 보인다. 짝짓기를 하면 자손에게 자신의 유전자는 절반만 전달된다. 이보다는 내 유전자를 100% 자손에게 전해 주려는 것이 생명체의 본능이 아닐까.

    흥미롭게도 이 일을 실현시키는 종류는 처녀생식(난자가 생명체로 자연 발생하는 현상)을 일으키는 곤충이나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새로운 개체가 만들어지는 미생물 등 ‘하등’ 생명체뿐이다. 고등동물일수록 이성 간의 짝짓기가 보편화돼 있다. 왜 그럴까.

    미국 인디애나대 생물학과 마이클 린치 교수팀은 물벼룩의 생식 과정을 연구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 16일자 온라인판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물벼룩 가운데 이성 간 짝짓기를 하는 집단과 처녀생식을 하는 집단을 구별해 유전자의 성분을 비교했다. 여러 대에 걸쳐 자손이 형성되면서 유전자의 변화(돌연변이)가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 분석한 것. 조사 결과 처녀생식 집단에서 생존에 불리한 돌연변이가 발생한 양이 짝짓기 집단보다 4배나 많았다. 짝짓기를 통해 태어난 자손들의 생존율이 훨씬 높다는 뜻이다.

    ○ 수컷의 임무는 암컷 돌연변이 정화하는 것

    이 현상을 자동차에 비유해 보자. 엔진과 기어가 각각 망가진 자동차 두 대는 모두 움직이지 못한다. 두 자동차를 섞어 재조립하면 엔진과 기어가 모두 정상인 자동차가 나올 수 있다. 부모 유전자가 섞여 재조합이 이뤄지면 해로운 돌연변이를 피할 확률이 커지는 셈이다.

    이화여대 생명과학부 원용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수컷의 한 가지 존재이유를 암시한다”며 “암컷 혼자 처녀생식으로 자손을 낳을 때에 비해 해로운 돌연변이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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