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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불급좋은 시, 좋은 글 2011. 1. 17. 22:01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어느 경지에 미치지 못한다.
불광不狂하면 불급不及한다.
'어떤 일에 미쳐야 달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
조선시대 유명한 서예가 중에 '최흥효' 이야기.
젊어서 과거 시험을 보러 갔다.
문제를 받아 답안지를 열심히 썼는데,
그 중 한 글자가 '왕희지'의 글씨와 똑 같이 써졌다.
평소엔 수 백번씩 연습해도
잘 써지지 않던 아주 어려운 글자였다.
그런데 이번에 쓴 글자는
오히려 왕희지의 그것보다 더 잘 쓴 것 같았다.
그 글씨에 도취되어 과거를 보러 왔다는 사실도 잊고,
그 글자를 들고 그만 집으로 와버렸다.
그후도 열심히 글씨 연습을 하여 유명한 서예가가 되었다.
*
조선 중기에 '이징' 이란 화가의 얘기.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길 좋아했다.
그 아버지도 유명한 화가 였지만,
그 시절 그림을 잘 그려도 천한 대접만 받았으므로,
그 아비는 아들이 그림 그리는 걸 달가와 하지 않았다.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었던 이징은
다락방에 숨어서 사흘이나 그렸고,
난리가 난 집에선 그를 겨우 찾아서
화가난 아비는 회초리로 볼기를 때렸다.
매를 맞고 울면서 눈물을 찍어
그림을 그리는 아들을 보고는,
아버지는 이징에게 그림 그리는 것을
결국 허락하고 말았다.
*
조선 시대 '학산수'란 노래 잘하는 명창이 있었다.
산에 들어가 노래 연습을 할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어 앞에 놓았다.
노래 한 곡을 연습하고 나면
모래 한 알을 주워 신발에 담았다.
또 한 곡이 끝나면 다시 모래 한 알을 담았다.
그렇게 해서 모래가 신발에 가득 차면
그제야 산에서 내려왔다
그토록 매일 연습하여 나중 유명한 명창이 되었다..
한번은 도둑들에게 잡혀 곧 죽음을 당하게 생겼는데,
마지막 노래나 한 곡 부르게 해달라고 해서 불렀는데,
도둑들이 그 노래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자기들의 잘못을 빌고,
목숨을 살려준 얘기도 있다.
*
조선 후기 '이삼만' 이란 서예가는
초서 글씨로 유명했다.
종이를 구하기 힘들 때였기 때문에
흰 베를 빨아서 그 위에 글씨를 썼다.
흰 베가 까맣게 되면 그것을 빨아서 다시 썼다.
그는 글씨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네가 글씨를 잘 쓰려면 적어도 벼루 3개쯤은
먹을 갈아 구멍을 내어야 할 걸세"
*
고려 때 '강일용' 이란 시인이 있었다.
그는 깃이 흰 백로를 유난히 사랑했다.
백로를 가지고 훌륭한 시 한 수를 짓고 싶었다.
비만 오면 그는 황소를 타고 비를 흠뻑 맞으며,
백로가 노니는 어느 절 옆에서 백로를 구경하곤 했다.
비가 올때마다 백로를 보며 관찰 했지만,
아름다운 시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백여 일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한 구절을 얻었다.
비가 와서 하얀 안개가 깔려 있는
산허리를 흰 백로가 훨훨 날면서
흰 줄을 그어 놓는다고 생각하여,
"푸른 산허리를 날며 가르네!"
"내가 오늘에야
옛 사람이 미쳐 말하지 못한 것을 비로소 얻었다.
훗날 이 구절을 이어 시를 완성할 사람이 있을 거다."
이 구절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너무 기뻤던 나머지,
그는 다른 구절을 채워 한 수의 시를 완성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한 구절만 남아있다.
무슨 일이든
'반 미치광이'가 되지않음,
결코 그 '경지'에 미치지 못한다.
요런 얘기지요.'좋은 시,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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