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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 20년, 일본이 비어간다 [2]
    신문 2011. 7. 12. 10:42

     

    저출산 20년, 일본이 비어간다 [2]
    지방은 다섯 집 중 한집 꼴

    일본에선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20년간 부동산 가격이 반 토막이 났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11일 일본 국토교통성 등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인해 현재 빈집이 전체 주택의 13%가 넘는 800만 채에 달한다. 40년 후엔 빈집이 1500만 채로 늘어날 전망이다. 저출산과 단독가구 증가, 인구감소가 계속되면 '빈집 폭탄'이 본격화되고, 그 결과 20년 부동산 침체가 30년, 40년씩 계속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인구감소가 본격화된 지방은 지금도 다섯 집 중 한 집이 빈집이고, 도쿄권 등에서도 열 집 중 한 집이 빈집이다. 집값 장기하락에 따른 주택거래 실종으로, 도쿄의 인기 주거지역에서도 장기간 빈집으로 방치된 흉가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빈집을 강제 철거하는 조례를 만들거나 빈집 철거비용을 지원하는 등 '빈집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택이 교외지역에 있는 4인 가족용이어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도심의 소형주택은 여전히 부족하다. 집은 남아도는데 원하는 지역의 원하는 규모의 주택은 부족한 수요·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건설업계도 빈사상태에 빠졌다. 일본의 전체 건설투자비는 1992년 84조엔까지 치솟았지만, 2010년에 41조엔까지 감소했다.

     

    [2] 日주택 13%가 빈집
    늘어나는 빈집 - 저출산·불경기로 수요 줄어 고독死로 버려진 집도 많아
    소형주택은 부족 - 나홀로 가구 25년새 두배로… 작은집 800만 채 모자라
    움츠러든 건설 투자 - 도로·댐 건설 반으로 줄고, 사무실 공실률도 10% 넘어

    도쿄(東京) 도심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인 요코스카(橫須賀)시 시오이리(汐入)역. 대형 백화점과 호텔이 있는 상가 거리를 빠져나와 10분쯤 걸어가면 '시오이리마치고초메(汐入町五丁目)라는 동네가 나온다. 요코스카의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역세권 주택가이다. 동네 초입에 들어서면 이상하리만큼 인기척이 없다. 동네 입구에 있는 2층 임대주택용 건물 입구에 있는 우편함은 모두 텅 비어 있다. 현관 옆에 설치된 전기계량기도 돌지 않는다.

    주변의 단독주택들이 몰려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자 마당이 잡초로 뒤덮여 있거나 창문이 깨진 빈집들이 보였다. 한 주민은 "집주인이 죽거나 이사를 가도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서 빈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요코스카시가 최근 이 동네 주택을 전수조사한 결과 287채 중 53채가 비어 있었다. 다섯 집 중 거의 한 집이 빈집인 셈이다.

    일본 나라(奈良)시의 주택가에서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입주자 모집 현수막을 내건 2층 주택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일본은 20녀년 지속된 저출산으로 출생인구가 급감하면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빈집이 된 동네도 생겨났다. 2008년 일본 전체 가구 5711만9170가구 중 13%가 넘는 756만8000가구가 빈집이었다. /연합뉴스

    저출산의 여파로 일본에 '빈집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연간 약 20만 채씩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분당(11만채)의 약 2배에 해당한다. 주택 마련이나 집을 넓히려는 욕구가 가장 왕성한 40대 인구가 1990년 2000만명에서 최근 1600만명까지 감소하는 등 주택수요가 전반적으로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2008년에 전국의 집 5711만9170채 중 13%가 넘는 756만여채가 빈집이었다. 올해는 800만채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빈집 증가와 경기침체로 인해 일본 주택가격은 20년 만에 반 토막이 났지만 저출산에 자가 주택 소유에 연연해 하지 않는 단독세대 증가까지 겹치면서 주택 가격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최근 '국토의 장기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연간 출생자가 1970년대 200만명대에서 최근 100만명대로 급감함에 따라 올해 출생자들이 내 집 마련 수요자로 전환되는 40년 후에는 빈집이 1500만채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벌레 생기고, 방화 발생하는 흉가 속출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뿐만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빈집이 급증하고 있다. 도쿄도 전체 678만채 중 11%인 74만7080채가 빈집이다. 빈집은 대부분 도심과 거리가 먼 신도시 등 교외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도심에도 적지 않다.

    NHK가 연초 도쿄에서도 인기 주거지로 꼽히는 세타가야(世田谷)구와 스기나미(杉竝�S)구의 빈집 103곳을 조사한 결과 30% 정도는 집주인이 행방불명 상태였다. 자녀 없이 혼자 살다 죽은 후 집이 방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선 재산상속인이 없는 사망자가 연간 1만5000명에 달한다. 나머지 빈집들은 투자용으로 사들였거나 자녀가 상속했지만 주택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방치해버린 경우였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빈집들은 얼마 안 가 흉가가 돼버린다. 벌레가 많이 생기기도 하고, 방화 등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선 빈집을 강제로 헐어낼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거나 철거 자금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남아도는 4인용 가족용 주택

    빈집이 급증하는 것은 가족구조의 변화도 큰 원인이다. 혼자 사는 단독세대가 1985년 790만 가구에서 2010년 1570만 가구로 두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택은 계속 4인 가족용 중심으로 공급됐다. 단독세대이거나 자녀가 없는 세대에 4인용 주택은 부담스럽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30~69㎡ 크기의 주택은 800만채 정도가 부족한 데 비해 150㎡가 넘는 주택은 350만채 정도가 남아돈다. 4인 이상의 가족이 급감하면서 관리비가 많이 드는 큰 집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반화된 것이다. 소형주택 공급이 충분치 않자 최근엔 독신자 여러 명이 주택 하나를 빌려 공동으로 생활하는 것이 유행이다.

    니셋이연구소 도데우치 아키오(土堤內昭雄) 주임연구원은 "나홀로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택이 4인 가족 중심이다 보니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한국도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춘 주택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만 비어가는 것이 아니다. 사무실 공실률도 10%를 넘는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도로, 댐 등 인프라 건설투자도 반으로 줄었다. 일본의 전체 건설투자비는 1992년 84조엔까지 치솟았지만, 2010년에 41조엔까지 감소했다. 국토교통성은 인구감소가 본격화됨에 따라 건설투자가 신규건설에서 유지관리 중심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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