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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만 군대가라고?" 억울함보다 어이없는 이유
    신문 2014. 3. 15. 13:25

     

    [서초동 살롱<5>]'남성 국방의무' 세번째 합헌 결정···"신체적 능력 차이 때문"머니투데이 | 법조팀 | 입력 2014.03.15 05:20                 

     
     
     
     
     
       
    [머니투데이 법조팀(김만배·이하늘·류지민·이태성·김정주 기자) 기자][편집자주] 정치이슈부터 민생범죄까지…. 법원과 검찰에서는 하루에도 수천건에 달하는 법적공방이 이뤄진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그 배경과 법리적 근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법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이에 머니투데이 사회부 법조팀은 매주 화제가 된 법적 사건을 선정, 이를 풀어보고자 한다. 어떻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서초동 살롱<5>]'남성 국방의무' 세번째 합헌 결정···"신체적 능력 차이 때문"]

    징병제를 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군대문제는 언제나 간단히 결론 내릴 수 없는 해묵은 논란거리입니다.

    당선을 코앞에 둔 유력 정치인이 병역비리 한 건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의도적으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연예인에게 국외추방 조치가 내려지는 등 병역문제는 단순히 법적인 의무 이상의 감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헌법재판소는 병역과 관련된 한 건의 결정으로 남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남성에게만 강제적으로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내용인데요, 결정 그 자체보다는 근거로 든 이유들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1992년생 이모씨는 스무 살이던 2011년 여름 징병검사를 받고 1급 현역병 입영대상자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제3조 제1항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해 1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문제가 되는 병역법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3조(병역의무)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이씨가 헌법소원에서 내세운 근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차별취급은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고 △여성의 신체적 능력도 군복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며 △한국 여성의 출산율이 감소하고 평균출산연령이 고령화되고 있어 군복무와 여성의 출산 사이에 상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남성은 병역의무 수행으로 인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취업준비를 하지 못함으로써 입는 불이익이 매우 크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헌재는 이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한지 2년 3개월만인 지난 11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 결정을 내립니다. 남성만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도록 한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 판단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에 비해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남성에 비해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갖춘 여성의 경우에도 월경이나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 병력자원으로 투입하기에 부담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은 한편으로는 대단히 위험한 논리를 담고 있습니다. 신체적 역량이 필요한 일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투'라는 말 대신에 '노동'이나 '업무'라는 말을 대입한다면, 과연 용인될 수 있을까요?

    또한 신체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는 남성들이 담당하는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 등에 대해서도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투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으로서 일정한 신체적 능력이 요구되므로 여자에게 복무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것이 자의적인 차별취급이라 보기 어렵다"며 쉽게 공감하기 힘든 설명을 내놨습니다.

    남성 병역의무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도 동일한 내용의 헌법소원심판 결정이 있었고, 두 번 모두 기각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번과 다른 점은 당시에는 재판관 9명 가운데 각각 2명과 1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이번에는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입니다.

    2010년 결정에서 위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 2인은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조건 등에 따르는 차별취급은 용인돼야 할 것이나, 병역법은 국방의 의무 가운데 그 복무 내용이 신체적 조건이나 능력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 의무까지도 남자에게만 부과함으로써 남자와 여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취급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그러한 차별의 불합리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병역법 제3조 제1항은 국방의 의무의 자의적 배분으로서 남성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제는 이런 반대의견조차도 전혀 나오지 않을 만큼 남성에만 부여되는 병역의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특정 성별을 배재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듯이, 군에서의 업무에서도 차별은 최소화돼야 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여성에 대해 징병제를 갑자기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그로 인해 초래될 사회적 혼란과 정부의 부담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싶은 헌재의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정의와 함께 안정성도 법이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이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남녀의 신체적 능력 차이를 언급할 것이 아니라, 미봉책이긴 하지만 "징집 대상자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입법형성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돼야 하는 영역이다" 정도의 수준에서 동의를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성별을 제약조건으로 하는 사회적 경계는 이미 대부분 허물어진 상황입니다. 여성의 병역의무 면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월경·임신·출산과 같은 신체적 특징을 꺼내다 보면 논리적인 모순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그러한 차별의 불합리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갈 때 남녀 간의 대립 구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머니투데이 법조팀(김만배·이하늘·류지민·이태성·김정주 기자) 기자 r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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