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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목으로 물들이기(붉은색)
    생활 속 이야기(일반) 2007. 3. 15. 19:30
     

    /차 정금(샘이깊은물 발행인) 사진/이 일섭(샘이깊은물 사진 기자)

     
     
     

    사무실 앞마당에 삼십 년쯤 된 살구나무가 있다. 그런데 이 살구나무는 지난해 여름 병을 얻더니 잎이 마르고 나무껍질 사이사이로는 마치 땀 흘리듯이 영롱한 갈색의 진액을 동그랗게 뭉쳐서 밖으로 내뿜고 있다. 저 진액이 흙에 묻혀 오랜 세월 동안 단단하게 굳다 보면 호박이라는 투명한 보석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기왕에 수명을 다한 나무라면 살구색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게 그 나무껍질과 목재를 이용하여 염색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이 염색 재료로는 붉은기 많은 살구색을 얻을 수 있기에.

    목재란 나무껍질을 벗겨 낸 목부를 말하는 것이다. 목부의 중심부는 주변보다 많은 색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심재라 하고 주변부를 변재라 한다. 말려 놓은 목재를 건재라고도 한다.

    이처럼 나무껍질이나 목재를 써서 염색하는 경우 보통의 나무껍질이나 목재는 생것일수록 물이 잘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지 염색을 하기 위해 살아 있는 나무를 죽일 수는 없는 일이므로 한약재로 이미 상품화되어 있는 것을 사서 쓰는 것이 좋을 듯싶다. 약재상에서 파는 재료는 잘게 쪼개져 있고 건조나 손질이 잘 되어 있어 보관하기 편리하고 또한 값도 싸서 염색 재료로 쓰기에 좋다. 그렇더라도 직접 나무 껍질이나 목재를 마련하여 쓰려면 산에 길을 내는 곳이나 산판에서 벌목하는 곳 또는 제재소를 이용하면 재료를 쉽게 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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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목은 혈분에 작용하여 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면서 어혈과 종기를 없애고, 특히 어혈을 없애는 작용이 뛰어나고 통증을 없애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어혈로 인한 타박손상, 월경통, 월경폐색, 현훈, 출산후 각종 증상에 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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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껍질이나 목재를 염색 재료로

     
    소목으로 염색한 명주로 지은 한복 치마...

    살구나무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나무껍질이나 목재에서 염료를 얻을 수 있는 식물이 많다. 주목, 오리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매화나무, 석류나무 들 해서 거개의 나무를 염색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소목이나 로그우드, 라크처럼 우리 나라에서 자라지 않는 나무는 수입해 온 것을 사서 쓰기도 한다.

    나무껍질이나 목재로 염액을 만들어 쓸 때 거개의 나무는 생것일수록 물이 곱게 잘 나오는데, 이와는 달리 한해를 묵혀 말려야만 염액이 잘 나오는 것도 있다. 또 매화나 살구나무처럼 나무껍질은 생것을 써야만 붉은기 많은 색소를 뽑아 낼 수 있으나 목재는 한 해쯤 건조를 시켜야만 물이 잘 나오는 나무도 있다.

    나무껍질이나 목재를 염색 재료로 쓸 때에는 염액이 잘 우러나오게 하기 위하여 되도록 잘게 쪼개고 작은 크기로 잘라 낼수록 좋다. 이것을 오랫동안 보관해 두고 쓸 수도 있는데 잘 건조시켜서 좀이 슬거나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종이 상자에 담아두면 된다.

    염색을 하다 보면 열매도 나무껍질이나 목재와 비슷한 색으로 물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오리나무 열매, 소나무 열매 들이 그렇다. 열매를 염색 재료로 쓰려면 여름부터 가을까지 수확된 열매를 잘 말려 두었다 쓰거나 겨울철에는 귤껍질, 밤의 겉과 속껍질, 양파 껍질 들 해서 집 안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모아 말려 보관해 두고 쓰면 된다. 특히 밤의 속껍질은 타닌이 많이 들어 있어서 염색 재료로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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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빛깔을 내는 "소목" 염색

     
    소목으로 염색한 명주들. 오배지와 복합염...

    목재로 물을 들일 수 있는 것으로는 소목을 빼놓을 수 없다. 소목은 소방목, 소방, 단목, 목흥, 다목 들로 불리기도 하는데 콩과 낙엽 관목으로 인도와 말레이시아가 원산이며 미얀마 부근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 소목의 잎은 아카시아 잎처럼 우상복엽이며 윤기가 흐르고 가죽처럼 단단하고 질기다. 꽃은 노란빛이고 열매는 납작한 타원형으로 붉은빛이다. 꽃이 핀 뒤 서너 개의 종자가 들어 있는 열매가 달린다. 소목의 목재, 그 가운데 심재는 밝은 붉은색이며 나무껍질과 열매에도 브자질레인 색소가 있어서 붉은색을 내는 염료로 써 왔다.

    붉은색을 내는 염료인 소목은 특히 옷을 붉게 물들이는 중요한 염료로 이용되었다. 더러는 붉은색말고도 자주색을 내는 데 쓰이기도 했고 다른 염색 재료와 더불어 여러 가지 색을 내는 데도 사용되었다. 또 홍화 대신에 붉은 염색을 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소목 염색은 명주에는 잘되지만 면의 경우에는 염료를 잘 빨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직접 면에 물들이기가 힘들다. 면에 물들이기 위해서는 타닌 처리나 콩즙 처리를 미리 해 주거나 오배자나 석류 들을 써서 초벌 염색을 하고 명반 매염을 한 다음 소목으로 염색해야 한다.



    소목 염색, 삼국 시대 때부터 해 와

    우리 나라에서 염색 재료로 소목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삼국 시대부터인 것으로 짐작된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시대에 "소방전"이라는 이름의 관이 있어 이곳에서 여섯 명의 장인이 이를 관장하였다고 하니 소목 염색이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붉은 옷을 많이 입었기 때문에 자연히 소목의 소비량이 늘어났다. 붉은 염색과 자주색 염색의 재료인 홍화와 지초가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기는 했으나 매우 양이 한정되었던 까닭에서다. 하지만 소목은 일본 사람들이 남방에서 수입하여 우리 나라에 공급하는 유통 구조 때문에 값이 비싼 한편, 일본 상인들의 소목 수입 폐단 또한 매우 심했으므로 소목 염색을 금지하자고 건의한 기록이 태종실록과 세종실록 구년, 세종실록 이십년에 남아 있다. 이에 조정에서는 소목 염색을 갑자기 금지할 수 없으므로 삼 년 뒤부터 금지하자고 하였고 잡염법을 이용하면 저절로 금지될 것이라고 하였다. 소목은 수입하였기 때문에 값은 비쌌으나 당시 위로는 사대부로부터 아래로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자주색과 붉은색 옷을 좋아하였다고 한다.

    소목은 수입된 재료임에도 이처럼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붉은색을 내는 중요한 염색 재료로 쓰여 왔다. 그러나 근세에 들어 화학 염료가 크게 발달하면서 소목 염색의 맥이 끊기는 듯하였는데 요즈음 자연 염색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이들이 많아져 전통 방법대로 소목 염색을 다시 재현하고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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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액을 만들어낸 뒤의 소목...

    소목으로 물들이려면

    소목 고르기

    경동 시장이나 약재상에 가 보면 소목 육백 그램을 한 봉지로 포장하여 파는데 값은 삼천 원 안팎이다. 목재의 빛깔이 맑고 붉으면서 되도록 목재를 잘게 쪼개어 말려 놓은 것을 사는 것이 좋다. 명주 한 필을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일 경우에 약 일 킬로그램 정도의 소목이 필요하다.

     
    소목 일 킬로그램을 십 리터의 물에 넣고...

    염액 끓이기

    소목 일 킬로그램을 십 리터의 물에 넣고 식초를 오 시시 정도 넣는다. 이것을 이십 분 동안 팔팔 끓인 뒤 바구니에 밭쳐 염액을 얻는다. 같은 방법으로 네 번 정도 끓여 주면 사십 리터의 진한 염액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식초의 양이 많으면 염액이 산성화되어 누런색으로 물들게 되므로 첫번째, 두 번째 염액 끓일 때만 식초를 넣고 나머지는 물만 넣어 끓이면 된다. 만약에 식초가 많이 들어가 주황으로 또는 누런색으로 염색이 되었을 때는 염액에 잿물을 넣어 주면 짙은 붉은색을 얻을 수 있다.

    염색할 천 손질하기

    육십 도의 물에 한 시간 이상 담가 풀기와 불순물을 다 빼낸 명주 한 필을 다시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탈수하여 꾸들꾸들한 상태로 차근차근 접어 구김을 펴 둔다.

     
    접어 놓은 명주를 그대로 염액에 담가...

    염색하기

    소목은 산화하기 쉬운 염료이므로 염색 직전에 염액을 만들어 쓰는 것이 좋다. 사십 리터의 염액에 꾸들꾸들한 상태로 접어 둔 명주 천을 한꺼번에 담가 첫 자락부터 차근차근 풀어 끝 자락까지 염액에 충분히 적신다. 그런 다음 반대로 끝 자락부터 풀어 첫 자락이 나올 때까지 염액에 담가 풀어 주고 적셔 준다. 이렇게 하면 얼룩이 지지 않는다.

     
    염색이 진행되는 과정...

    첫번째 염색이 끝나면 맑은 물에 한두 번 헹구어 명반 매염을 한다. 매염을 한 뒤에는 천에 매염제가 남지 않도록 여러 차례 헹군 다음 다시 두번째 염색을 한다. 이때 염액이 식었으면 불 위에 올려 놓고 염액을 다시 데워 염색을 한다.

    면에 소목 염색을 할 때에는 오배자로 먼저 밑물을 들인 다음 소목으로 물들이면 타닌 성분 때문에 물이 잘 들 뿐만 아니라 물이 계속하여 빠지는 정도도 덜해지게 된다.

    또한 오배자와 소목으로 복합염을 하면 석회 매염 때 보랏빛으로 발색을 하며 철장 매염을 하면 검정색으로 물들일 수 있다.

     
    첫번째 염색이 끝나면 맑은 물에 헹구고...

    매염하기

    소목은 매염제에 따라 그 빛깔이 많이 달라진다. 석회 매염일 경우에는 자주색, 명반 매염은 붉은색, 철 매염은 검은 자주색을 낸다.

     
    소목 염색으로는 붉은빛을 낼 수 있는데...
    오배자와 복합염으로 철장 매염을 하면 검정색으로 염색이 된다.

    매염제의 양은 섬유 무게에 따라 정해지는데 옅은 색을 내느냐 짙은 색을 내느냐에 따라 삼 퍼센트에서 이십 퍼센트까지 쓸 수 있다.

    소목으로 염색하면 염색이 끝나고 헹구기를 할 때 계속해서 물이 빠진다. 이럴 때에는 일단 말려서 한 주일 이상 둔 다음 다시 헹군다. 자연 산화에 의해 색소가 정착되므로 충분한 시간을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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