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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의 방어
    생활 속 이야기(일반) 2005. 5. 5. 16:50

     

     

    먹고 먹힘이 존재하는 자연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켜내려는 동식물들의 몸부림은

    화학무기를 탄생시켰다. 스컹크의 방귀, 복어의 알은 물론 양파껍질을 벗길 때 우리의 눈물을 자 아내는 것도 자기보호 반응이라는데...

    몇 십만 년 전 아프리카 케냐의 골짜기에는 사람의조상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옷은 물론이고 무화과 나뭇잎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살았으며, 불은 커녕 돌도 다듬어 쓸 줄 모르는 말 그대로 원시인이었다. 그런데 무슨 수로 힘이 센 사자한테 잡혀 먹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낮에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쫒아버렸다고 해도 동굴 속에서 잠을 자야 하는 밤에는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을까?

    학자들은 가시나무가 놓인 길을 피해 돌아가는 맹수의 습성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예측햇다.

    그러나 다른 가설을 내놓은 학자들도 있다.

    동굴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잠자는 사람들을 잡아먹으러 몰려온 짐승들이 굴 입구에 와서는 킹킹, 킁킁 콧소리를 내면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사람 몸에서 나는 냄새, 즉 체취가 매우 역하고 독해서 짐승들이 얼씬도 못했다는 이야기다. 과일 냄새에 가까운 에스테르 물질과 땀에 섞인 지방산이 분해 된 부틸산의 역한 냄새에다, 황화수소 등이 혼합된 방귀 냄새가 짐승들을 쫓아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람의 몸냄새는 종족 보존에 지대한 역할을 해냈음이 틀림없다. 또 사람의 몸냄새가 타 동물에게는 구역질을 나게 만든다는 사실은 몸냄새 자체가 훌륭한

    방어용 화학무기임을 보여준다.

     

     

    고추는 왜 매운 것일까? - 고추의 매운맛은 자손을 퍼트리는 수단

     

    매운 맛은 캡사이신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며, 식물이 이 화학물질을 만드는 이유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애리조나-소노라 사막박물관의 식물생태학자 게리 나브한과 몬타나 대학의 조슈 턱스베리 교수는 지난달 미국생태학회에서 "칠레고추의 매운 맛이 겨냥하는 것은 고추의 씨를 씹는 포유 동물"이라고 말했다. 대신 조류는 씨를 먹기는 하지만 소화시키지는 않아 칠레고추의 씨를 새로운 서식지로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인간을 제외한 포유동물은 캡사이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물질이 뉴런을 자극해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류는 세포표면에 화학물질과 꼭 맞는 수용체가 부족해 캡사이신의 영향을 덜 받는다. 캡사이신이 수용체와 결합하면 세포의 이온채널이 열려 이온들이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로서 신경의 전기적 충격이 촉발돼 뇌는 이를 고통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애리조나 남부의 칠레고추밭을 비디오 테이프로 녹화한 결과, 개똥지빠귀와 같은 새들만 칠레고추를 먹고 선인장쥐나 다른 종류의 쥐들은 주변에 있는 맵지 않은 빨간색 열매만 먹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실에서도 쥐들은 맵지 않은 고추는 먹었지만 칠레고추에는 코를 대지도 않았다. 또한 맵지 않은 고추를 먹은 쥐의 배설물에서 나온 씨는 발아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것을 먹은 조류의 배설물에서 나온 씨는 손으로 씨를 뿌린 것과 다름없이 싹이 났다. 매운 고추를 먹은 후 배설한 씨도 발아율이 60%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는 식물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동물은 내쫓고 자신의 자손을 퍼뜨리는데 도움이 되는 동물은 유인하도록 화학물질을 선택적으로 생산한다는 증거이다. 애리조나 대학의 생태학자 주디스 브론스타인 교수는 "이는 특정물질이 자신의 적에게는 독이지만 친구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나무도 텃세

     

    동물들이 물이나 뭍에서 소변이나 분뇨 또는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자기의 영역을 정해놓듯 이 식물도 비슷한 짓을 한다. "거목 밑에 잔솔 크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훌륭한 부모 밑의 자식이 되레 치어서 잘 되지 못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그러나 큰 나무를 베고 나면 어느새 수많은 애솔이 싹을 틔운다. 그 동안은 큰 소나무의 그림자 때문에 잘 자라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식물의 씨가 싹을 트는데는 햇빛이 필요 없다. 그렇다면 어찌된 일일까. 나무가 살아있을 때는 뿌리에서 화학물질을 분비해 씨의 발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참 매정한 세계라 하겠다. 그리고 소나무 밑에는 새끼솔 말고도(다른 나무 밑도 그렇다) 다른 식물이 거의 자라지 못 한다. 이 역시 일정한 영역 안에서는 딴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갈로탄닌이라는 물질을 뿌리가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물들간의 저항관계를 알레로파시라 한다. 소나무 송진의 터펜스같은 물질은 병원균의 침입을 막고 다른 식물의 접근을 막아낸다. 또 상처를 입으면 사람의 피와 같은 것이 흘러나와 굳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낸다. 여기서는 소나무의 예를 들었을 뿐 다른 풀과 나무들도 비슷한 기작을 가지고 있다.

     

     

     

    세포 속의 알린

     

    상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식물들은 상처를 받으면 곧바로 상처 부위에 송진 같은 방어 물질을 분비한다. 풀을 벤 곳이나 막 잔디를 벤 정원에서는 보통 때 나지 않던 풋풋한 잔디 풀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방어물질의 냄새다.

    식물이 무슨 신경이 있기에 자극을 받거나 다치면 냄새를 풍기는 것일까. 화분에 키우는 제라늄은 보통 때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 않으나 손을 데면 미모사가 잎을 오므리듯이 즉각 독가스를 뿜어낸다. 벌레가 침입하는 것을 막으려는 반응이다.

    잘 알다시피 마늘이나 양파도 가만히 두면 절대로 독한 냄새를 내지 않으나 껍질을 벗기거나 칼로 자르면 곧바로 눈물을 흐르게 만든다. 세포 속의 알린이란 물질이 알리나제라는 효소의 도움을 받아 알리신으로 바뀌면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이 마늘, 양파 (파, 부추, 달래 등)의 향인 셈이다. 사람의 눈코가 매울 정도이니 다른 세균 바이러스에도 항균 작용이 있음은 물론이다.

     

     

     

     

     

    맛 떨어뜨려 포기하도록 유도

     

    더 절묘한 식물의 방어체계가 있다. 아프리카 사막을 스쳐지나간 메뚜기떼(풀무치 떼가 옳다)가 오직 한 종의 풀은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아주가 레모타(Ajuga remota) 이다. 이 식물의 즙을 내어 다른 곤충들에게 먹였더니 애벌레들은 입이 막혀버리고 비정상 발생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풀무치의 혀는 어찌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렇듯 식물은 곤충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독성물질을 생성하고 있다. 또 곤충에게 먹히더라 도 곤충의 알이 유생이나 번데기가 되지 못하게 한다. 토마토의 한 종류는 곤충이 잎을 갉아먹으면 바로 그 자리에 단백질 분해 억제물질을 만들어 잎을 먹어도 소화가 안되게 한다. 그래서 다시는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니 어찌 이들을 풀 따위라고 과소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지혜로운 식물들도 많다. 사릭스(Salix)무리의 버드나무는 곤충의 침입을 받으면 갑자기 영양 상태를 떨어뜨려 맛이 없도록 만든다. 벌레들이 스스로 포기하도록 해 자신을 보호한다. 박주가리무리는 흰 액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동물의 심장을 마비시키는 카데노 리드라는 독극 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벌레는 물론이고 쥐도 먹고는 혼쭐이 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박주가리를 먹는 곤충은 반드시 있으니 이런 것이 자연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부 분이라 하겠다.

     

     

     

    향긋한 흙냄새의 정체

     

    눈에는 안보이지만 자신을 지켜내려는 노력은 미생물도 만만치 않다. 버섯은 눈에 보이지만 분류상 곰팡이로 세균과 함께 ‘미생물’에 포함시킨다. 버섯 또한 식용이 아닌 것은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무스카린, 아마니틴, 지로미트린같은 독성분은 색이 고운 독버섯에 많다. 그런데 이런 독버섯을 뜯어먹는 민달팽이들이 끄떡 않는 것을 보면 해독기능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놀랄만하다. 이런 것이 동식물간에 먹고 먹힘이 서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곰팡이들이 가지고 있는 독소는 아플라톡신, 에르고탁신, 스포리테스민 등이 있는데, 이들의 독성도 버섯에 버금간다. 그러나 이런 독들도 약이 되는 항생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항생제는 한마디로 곰팡이나 세균들이 자기를 보호하거나 다른 세균을 죽이기 위해서 분비하는 화학물질이다.

    세포막의 형성을 방해하거나 효소기능을 억제시켜 물질대사를 못하게 해 상대를 죽인다. 사람들은 이런 미생물을 배지에서 대량 배양해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크로로마이신 등의 항생제를 얻어서 약으로 이용한다.

    항생제제조의 효시로 1941년 플레밍이 페니실리엄 노다툼(Penicillium nodatum)에서 페니실린을 뽑아낸 것. 이는 하나의 혁명적인 대업으로 인류의 건강에 큰 공헌을 했다. 항생제는 곰팡이와 함께 세균에서도 얻어낸다. 1943년 스트렙토마이스 그리세우스(Streptomyces griseus)라는 토양 세균에서 스트렙토마이신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이 토양세균은 5백종이 넘으며 흙이나 물에서 낙엽을 썩히고 유기물을 분해하는 세균으로 땅을 기름지게 하는데 향긋한 흙냄새는 이 세균 때문에 생긴다. 과거 어릴 때 낫에 손을 베이면 상처에 흙을 듬뿍 뿌렸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도 원시적인 항생제 치료를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흙에 미생물들이 만들어 놓은 항생제가 들어있었으니 말이다.

    이렇듯 모든 생물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교묘하고 강력한 화학적인 방어 체계를 가 지고 있다.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자기 보존의 본능을 보여주는 실례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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