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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디/운명의 힘--마농의 샘(하모니카 연주)
    기타 음악 2011. 5. 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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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명 : 마농의 샘 (1986)
    감독 : 끌로드 베리
    출연 : 다니엘 오떼유, 이브 몽땅

     엠마뉴엘 베아르, 아만드 메프레 

     

    마농의 샘.1원제 : 장 드 폴로레트(jean de florette)
    마농의 샘.2-원제 : 마농의 샘 (Manon des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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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의 서곡 中 

    <마농의 샘>메인테마-하모니카 연주

     

     

     

     운명의 힘 서곡( 베르디) - Sigmund Gro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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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의 힘

    (La forza del destino)

    G. Verdi


    사람의 운명은 절대자인 신에 의하여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변경할수도 있다는 것인가? 종교적인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절대신(하나님)에 의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다. 기독교의 경우, 하나님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낸 것도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이며 그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을 당하고 사흘만에 부활한 것도 모두 예정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을 당하기 전에 ‘아버지여, 할수만 있다면 이 쓴 잔을 물리쳐 주옵소서!’라고 하나님께 간구했지만 ‘이게 모두 예정된 일이므로 어쩔수 없다’는 응답이었다는 것이다. 신앙심이 돈독하기로 유명한 베르디는 인간의 생사화복에 대한 모든 것을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오두 일찍부터 예정하고 있었던 사항임을 믿고 있었던 것같다. 베르디는 ‘운명이란 것은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족한 인간들로서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절대신인 하나님께 다만 모든 것을 맡기고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오페라 ‘운명의 힘’은 이러한 베르디의 종교철학과 신앙심이 틈틈이 스며있는 불후의 작품이다.


    운명의 힘. 알바로와 레오노라(류바 웰리치)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에 이어 가면무도회로 한껏 성공을 거둔 베르디는 이제 그만하면 되었으니 더 이상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46세 때인 1859년 ‘나는 이제 평범한 시골 사람으로 돌아가련다. 조용한 가운데 경건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련다. 나는 이미 음악의 여신에게 작별을 고했노라. 이제부터는 펜을 들어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는 유혹을 뿌리치겠노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세상이 그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2년후 베르디는 작곡의 펜을 다시 들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는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일명 페피나: Sop)의 은근한 역할이 컸다. 당시 제정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St Peterburg) 제국극장은 오페라의 제왕 베르디에게 새로운 작품을 의뢰하기로 작정하고 일단의 사절단을 이탈리아로 파견했다. 물론 이들은 베르디가 펜을 놓고 고향 마을 론콜레(Roncole)로 돌아가 여생을 조용하게 지내겠다는 의중을 알지 못했다. 러시아 사절단은 베르디를 만나 새로운 오페라 작곡을 간청했다. 베르디는 모처럼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이들을 차마 박정하게 대할수 없었다. 더구나 사절단중에는 베르디의 부인 주세피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므로 주세피나는 남편 베르디에게 그들의 청탁을 들어주라고 매달렸다. 베르디는 러시아 사절단에게 ‘정 그러하시니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바쁘실 터인데 어서 돌아가 보시지요!’라고 대답해 주었다. 러시아 사절단들은 베르디가 자기들의 청탁을 승낙한 것으로 알고 무척 기뻐하였다.

     


    베르디는 처음에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루이 블라(Ruy Blas)를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대본을 맡을 사람을 비롯하여 주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작품의 내용이 당시의 사회 정황으로 보아 너무 진보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베르디로서는 러시아의 청탁을 완전히 받아들이기도 어정쩡하던 차에 잘되었다 싶었다. 적당한 스토리를 찾지 못하여 곤란하다는 말을 할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사절단의 간청은 집요하였다. 베르디에게 백지 수표를 전해 주면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 주겠다고 했다. 베르디로서는 다른 주제를 찾아보아야 했다. 마침 베르디는 스페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어떤 연극에 무척 관심을 두고 있었다. 앙헬 데 사아베드라(Angel de Saavedra)라고 하는 귀족이 1835년에 대본을 쓴 Don Alvaro(돈 알바로), 또는 La Fuerza de Sino(운명의 힘)이라는 제목의 연극이었다. 지체 높은 리바스의 공작(Duke of Rivas)인 데 사아베드라는 프리드리히 쉴러(Friedrich Schiller)의 발렌슈타인스 라거(Wallensteins Lager)라는 산문시에서 주제를 따서 연극의 대본을 썼다. 베르디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연극이 빅토르 위고의 드라마틱한 면모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불붙었던 자유주의적 진보사상이 곁들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르디가 선호했던 빅토르 위고의 작품은 대체로 그 종말이 놀리적으로 볼때 인간의 가치관에 대하여 형평을 지니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여 운명이란 것은 피할수 없는 것이고 신만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할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베르디는 ‘돈 알바로’라는 연극을 바탕으로 하여 오페라를 작곡키로 결심했다. 제목은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 이라고 고쳤다. 이탈리아어 대본은 베르디와 오래동안 함께 일해온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Francesco Maria Fiave)가 맡았다.


    대본을 쓴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


    베르디의 몇 번째 오페라인 ‘운명의 힘’은 1862년 11월 10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볼쇼이 카메니(Bolshoi Kamenny)극장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가졌다. 평론가들은 ‘운명의 힘’이야말로 베르디의 작품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틱한 인스피레이션에 있어서, 멜로디의 창조에 있어서, 그리고 음악적인 전개와 오케스트레이션에 있어서 이보다 더 훌륭한 작품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언제나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베르다는 러시아의 초연 스코어를 수정하여 이듬해인 1863년 로마에서 이탈리아 초연을 가졌다. ‘돈 알바로’라는 타이틀로였다. 같은 해에 마드리드에서도 공연되었다. 원작 극본을 쓴 리바스공작도 마드리드 공연에 직접 참석하였다.

     

    '운명의 힘'이 초연된 제정 러시아 생페테르부르크의 볼쇼이 카메니극장

     

    이어서 ‘돈 알바로’는 1864년에 비엔나와 뉴욕에서, 다음해인 1866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리고 1867년에는 런던에서 공연되었다. 러시아에서의 초연은 극찬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비엔나, 뉴욕, 마드리드, 런던에서의 공연은 호평과 혹평의 엇갈림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돈 알바로’에 담겨 있는 위대한 사상과 탁월한 음악에 매료했다. 그러나 혹평을 던지 사람들은 ‘지루하다’ ‘스토리가 진부하다’ ‘라 트라비아타나 리골레토처럼 음악이 주는 즐거움이 부족하다’는 등의 구실을 내세웠다. 사실 ‘지루하다’는 말은 맞는지도 모른다. 실제 공연 시간은 3시간이나 되기 때문이다. 중간에 휴식시간까지 계산하면 거의 4시간이나 걸리는 공연이다. 베르디는 이같은 논평들을 겸손하게 받아 들였다. 그는 1869년 2월 27일로 예정되어 있는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의 공연을 위해 또 다시 스코어의 상당부분을 수정하여 공연 시간을 단축토록 했으며 대본도 동료 안토니오 기스란초니(Antonio Ghislanzoni)에게 부탁하여 여러 부분을 추가하였다. 그리고 타이틀도 원래의 ‘운명의 힘’으로 바꾸었다. 밀라노에서의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베르디라는 이름만 나와도 존경심 때문에 엄숙해지고 눈시울을 붉히는 밀라노 사람들로서 ‘운명의 힘’은 또 하나의 오페라적 금자탑이었다. 이로부터 오늘날 세계 각지의 무대에 올려지는 ‘운명의 힘’은 밀라노 수정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운명의 힘' 마지막 장면. 스웨덴 스톡홀름 오페라극장


    베르디 자신은 ‘운명의 힘’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만족하지 못했다. 특히 죽은 사람들이 무대에 널려 있는 마지막 장면의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생페테르부르크 공연이후 고민을 거듭하다가 끝내는 개작을 결심하게 된 것이고 그래서 밀라노 버전이 나오게 된 것이다. 베르디는 마지막 장면을 종교적으로 끝나게 손질했다. 즉 사랑하는 레오노라가 죽은 후 번민에 빠진 주인공 돈 알바로(Don Alvaro: Ten)를 신부가 위로함으로서 신앙에 귀의토록 한 것이다. 생페테르부르크의 초연에서는 돈 알바로가 마치 바그너의 ‘방랑하는 화란인’에서 여주인공 젠타(Senta)처럼 운명에 항거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과 같다. 이제 스토리로 들어가보자. 과연 어떤 피치 못할 운명이길래 이토록 인간의 나약함을 들어내야 했고 절대자 신에게 자신의 운명을 의존해야함 했었는가?


    돈 알바로 역의 호세 카레라스


    시기는 18세기. 장소는 스페인의 세빌라 부근. 나중에는 이탈리아로 무대로 옮겨지기도 한다. 칼라트라바(Calatrava: Bass) 후작은 이 지방의 영주로서 위엄과 권세를 지닌 인물이다. 그에게는 아들 카를로(Don Carlo: Bar)와 딸 레오노라(Leonora: Sop)가 있다. 카를로는 가문의 명예와 신분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전형적인 귀족이다. 레오노라는 그 아름다움과 고귀함으로 사람들로부터 한없는 사랑과 흠모를 받고 있는 여인이다. 한편 여기에 알바로(Don Albaro: Ten)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젊은 귀족인 알바로는 레오노라를 우연히 만나 숙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레오노라 역시 알바로를 만난 순간, 자기의 운명은 바로 알바로에게 달려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어떤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알바로와 카를로는 숙명적인 원수가 된다. 이 점에 있어서는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와 흡사한 시작이다.


    레오노라 역의 마리아 칼라스


    ‘운명의 힘’은 전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서막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서막이 시작되기 전에 비교적 짧은 서곡이 나온다. 서곡의 테마는 근자에 프랑스의 명화 Jean de Florette(장 드 플로레트: 우리나라에서는 ‘마농의 샘’이라고 함)의 주제음악으로 나오므로 감회를 준다. 제1막은 칼라트라바 후작의 저택이 무대이다. 막이 오르면 후작이 딸 레오노라에게 밤이 늦었으니 잘 자라고 하면서 애정 어린 얘기를 건넨다. 후작에게 있어서 레오노라는 한없이 사랑스럽고 소중하기 이를데 없는 딸이다. 그러나 레오노라는 아버지 후작의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이날 밤 사랑하는 알바로와 함께 멀리 떠날 생각에 들떠 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 몰래 가출한다는 것이 너무나 죄스러워서 차마 얘기도 꺼내지 못하고 있던 형편이었다. 레오노라는 아버지 후작에게 알바로와의 사랑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해 볼 생각도 했다. 그러나 알바로의 신분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딸과의 결혼을 허락할리 만무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그들의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아무도 몰래 먼 곳으로 떠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럴 즈음에 알바로가 바야흐로 레오노라와 함께 떠나기 위해 후작의 집으로 숨어 들어온다. 한편, 레오노라에게 잘 자라고 말하고 레오노라의 방을 떠났던 아버지 후작은 조용한 한밤중에 딸의 방에서 무슨 수상한 소리가 나기에 칼을 집어 들고 급히 딸의 방으로 들어온다. 후작은 조금전 레오노라를 만났을 때 딸의 안색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전능하신 신에게 자신을 의탁코자 하는 알바로 - 호주 시드오 오페라 하우스


    갑자기 누가 칼을 들고 들어서는 바람에 놀란 알바로는 반사적으로 피스톨을 꺼내 든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다름 아닌 레오노라의 아버지인 것을 알게된 알바로는 피스톨을 한쪽으로 던져 놓고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던가! 피스톨을 내려놓는 바람에 장탄된 총알이 발사되어 레오노라의 아버지를 쓰러트린다. 후작은 알바로가 자기를 죽이기 위해 피스톨을 쏜 줄 알고 쓰러지면서 레오노라에게 저주의 말을 남긴다. 너무나 놀란 레오노라! 사랑하는 사람의 총탄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버지! 레오노라의 가슴은 찢어질것만 같다. 사랑을 위해 알바로를 따라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원수로 삼아야 할 것인가? 레오노라는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졌으나 잠시후 결국 숙명적인 사랑을 피할수 없다고 생각하여 알바로를 따라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이것이 서막의 내용이다.    


    도피하기 위해 남장한 레오노라(에바 마튼)

     

     제1막의 무대는 어느 시골의 주막집이다. 알바로와 레오노라는 카를로 백작이 보낸 병사들의 추격을 피해 도피중이다. 알바로와 레오노라는 함께 있으면 추격을 피하기 어려우므로 서로 헤어지기로 결정한다. 후담이지만 이후로 두 사람은 서로가 죽은 것으로 믿는다. 이제 알바로와 헤어진 레오노라는 세상을 등지고 숨어서 지낼 도피처를 찾아야 했다. 어느날 아름다운 모습을 가리고 남자로 변장한 레오노라는 시골의 주막집에서 오빠 카를로를 목격한다. 반가운 오빠! 아버지는 어찌 되었을까? 그러나 오빠에게 모습을 보일수는 없었다. 주막집에서 카를로는 마을 사람들에게 후작의 죽음을 알리고 살인자인 알바로라는 사람을 찾아 다니고 있음을 설명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비로소 알게된 레오노라는 슬픔에 울음을 삼키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모든 것이 허망하다고 생각한 레오노라는 어느 산속에 있는 수도원으로 들어가 영원히 몸을 삼기기로 한다. 수도원에서 부르는 아리아 Madre, peitosa Virgin(자비로우신 성모시여)은 고통받는 한 여인이 성모 마리아의 자비를 구하는 아름다운 기도곡이다. 은은한 올갠 반주와 함께 수도승들이 성가합창이 들려온다. 세속을 떠난 천상의 음악이다. 수도원장인 과르디아노(Guardiano: Bass) 신부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레오노라를 긍휼히 여겨 수도원에서 한참 떨어진 어느 동굴에 홀로 머물도록 한다.


    수도원에서 번민중에 있는 레오노라


    제2막은 이탈리아 국경지대의 어느 전쟁터. 사랑의 상처를 입은 알바로는 스페인을 위해 군대에 들어간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 헤매던 카를로도 같은 부대에 들어간다. 같은 부대에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서로 이름을 감추고 입대했기 때문이다. 막이 오르자 알바로 대위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레오노라를 그리워하는 아리아를 부른다. O, tu che in seno(오, 성스러운 영혼이여)이다. 알바로는 레오노라가 오빠 카를로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한 줄로 믿고 자기도 어서 속히 레오노라의 뒤를 따라 영원한 세계로 가고 싶다는 내용이다. 갑자기 소란스런 칼부림 소리가 들린다. 카를로가 못된 도박꾼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 자칫 칼에 찌려 쓰러질것만 같다. 알바로가 뛰어 들어가 못된 도박꾼들을 물리치고 거의 죽음 직전에 있는 카를로를 구출한다. 서로를 모르는 두 사람은 영원한 우정을 다지면서 생과 사를 함께 하자고 굳게 맹세한다. 카를로에게는 원수가 은인으로 바뀐 셈이었고 알바로에게 있어서는 레오노라를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영원한 친구로 삼게 된 것이다.

     

    전쟁터에 나가 레오노라를 생각하는 알바로(플라치도 도밍고)

     

    얼마후 전투가 벌어진다. 알바로가 큰 부상을 입고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된다. 친구가 된 카를로가 총탄을 헤치고 뛰어나가 알바로를 구하여 후방으로 데려온다. 중상을 입은 알바로의 생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죽음을 앞둔 알바로는 몸에 지니고 있던 편지주머니를 카를로에게 건네주며 자기가 죽게 되면 이 주머니를 열지 말고 그대로 없애 달라고 부탁한다. 죽음을 앞둔 알바로와 그를 구해낸 카를로의 두 사람이 부르는 Solenne in quest'ora(엄숙한 이 순간의 약속)는 우정과 약속을 다짐하는 뛰어난 곡이다. 부상당한 알바로를 병사들이 어깨에 메고 병원 막사로 데려간다. 한편, 알바로를 병원으로 보내고 난후 카를로는 어떤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혀 자기도 모르게 편지주머니를 열어 본다. 누이동생 레오노라의 초상화가 한 장 나온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아버지를 죽이고 사랑하는 누이동생 레오노라를 유혹하여 도망갔던 그 사람이란 말인가?’...카를로는 Ah, egli e salvo(아, 그가 살아있다)라는 유명한 아리아를 부른다.


    중상당한 알바로를 카를로가 보살펴주고 있다.

     

    천우신조로 알바로의 상처는 회복되어 간다. 카를로가 알바로를 찾아온다. 카를로는 알바로에게 언제쯤 결투할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미 서로의 정체를 알게된 두 사람은 어쩔수 없이 숙명적인 결투를 벌인다. 그러나 다른 병사들이 나타나 두 사람의 결투를 막는 바람에 서로 칼을 집어넣어야만 했다. 날이 밝자 집시들이 타란텔라 춤을 추며 등장한다. 모두들 유쾌한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행진곡을 부른다. Rataplan(라타플란: 북을 둥둥친다는 뜻)이라는 경쾌한 곡이다. 왜 이 시점에서 집시들이 등장하여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는지 그 이유는 확실치 않다. 다만, 집시들의 생활이란 세상사를 뒤로하고 바람이 부는 대로 물결이 움직이는 대로 산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숙명에만 얽매여 있는 진행에 한가닥 소나기를 뿌려주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집시들이 부르는 라타플란


    제3막 1장은 수도원의 정원이 무대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어떤 사람이 수도승이 되고자 수도원을 찾아온다. 알바로이다. 세상의 모든 헛된 것을 잊고자 수도원을 찾아온 것이다. 이어 카를로가 나타난다. 몇 년이 흘렀지만 카를로는 원수 알바로를 추적하여 끝내는 이곳 수도원까지 찾아 온것이다. 알바로를 찾은 카를로는 다시금 결투를 요청한다. 알바로는 카를로에게 이제 자기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승이 되어 속세에서 떠나 살기로 했으니 제발 마음을 돌려 과거의 모든 일을 용서하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카를로는 참을수 없는 모욕을 주어 결국 칼을 뽑지 않을수 없게 만든다. 장면은 바뀌어 레오노라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동굴의 밖이다. 레오노라는 자기가 아직도 알바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며 괴로운 마음에 죽음으로서 평온을 찾고자 한다는 독백을 한다. 이 때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한 Pace, pace, mio dio(주여 평화를 주소서)이다. 매우 격정적인 아리아이지만 평화에 대한 진실한 기원을 담은 노래이다. 무대 뒤에서는 알바로와 카를로가 벌이는 결투의 칼부림 소리가 처절하게 들린다. 마침내 알바로가 피묻은 칼을 손에 쥔채 뛰어 들어온다. 카를로를 찌른후 당황하여 그를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에 사람의 기척이 있는 동굴까지 달여온 것이다. 그곳에서 극적으로 상봉하는 알바로와 레오노라.....


     파체, 파체, 미오 디오를 부르는 레오노라 (Elena Zelenskaya)


    그러나 그 감격도 잠시뿐! 알바로가 레오노라에게 자기가 결투 끝에 카를로를 칼로 찔러 쓰러트렸음을 얘기하자 순간 레오노라의 심정은 찢어질것만 같다. 아, 오매불망 잊지 못하고 있는 오빠 카를로가 사랑하는 사람의 칼에 찔려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니! 레오노라와 알바로는 쓰러져 있는 카를로에게 달려간다. 한편, 카를로는 알바로의 칼에 찔린 몸을 이끌고 알바로의 뒤를 쫓아갔다가 동굴 앞에서 레오노라와 알바로가 서로 부등켜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 동굴에서 동거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여 레오노라가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증오의 심정에서 하나뿐인 누이동생 레오노라를 칼로 찌른다. 쓰러지는 레오노라! 그토록 만나고자 했던 레오노라가 아니던가? 알바로는 다만 비통한 운명을 저주할 뿐이다. 죽음을 앞둔 레오노라가 알바로에게 마지막 말을 전한다. ‘사랑하는 알바로! 하늘이 나에게 능력을 주었어요. 모두를 용서하는 능력을! 알바로, 산께서 당신에게도 모두를 용서하는 능력(힘)을 주시기를... ’ 마침내 레오노라는 알바로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수도원의 과르디아노 신부가 등장하여 ‘모든 것이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난 일’이라면서 Salita a Dio(하나님 곁에 올라갔도다)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이제 모든 은혜와 원한이 끝을 맺었고 이를 위해 죽은 레오노라가 하나님 곁으로 올라갔다는 내용이다.


    피날레 장면. 레오노라의 죽음.


    베르디는 세명의 주인공을 통하여 ‘운명의 힘’이 어디서부터 비롯하는 가를 표현코자 했다. 가장 잔혹한 운명을 겪어야 했던 레오노라, 불명예로 저주받은 운명을 받아 들여야 했던 알바로, 그리고 복수의 집념으로 운명을 거스르고자 했던 카를로! 이들은 모두 나약한 인간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끝내 몸을 던져야만 했던 곳은 용서와 평화가 깃들여 있는 절대자 신(神)의 품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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