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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출판업계 ‘트루맛쇼’ 개척자 황광해
    자료 2013. 3. 4. 00:13

    글 강석봉 기자 사진 강윤중 기자

    입력: 2011년 08월 22일 16:50:33

     

    ㆍ“문제적 식당의 지적한 <트루맛쇼> 뒤로 하고, 제대로된 ‘트루맛쇼’ 펼쳐볼까나~”
    ㆍ음식칼럼니스트 황광해씨가 말하는 ‘맛집! 막집?’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 쇼>는 음식가지고 장난치는 경박스러운 ‘맛집’을 질타했지만, 아쉽게도 전국민의 ‘밥맛’을 떨어뜨리는 데도 일조했다. 미디어가 ‘문제있는 맛집’을 까발려 사회에 경종을 울린 것을 마치 전체 음식점이 그런 것같이 오해한 탓이다. 이런 분위기에 맛집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용기다. 진위 여부를 떠나 주변 사람들이 가자미 눈을 뜨고 쳐다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음식평론가 황광해씨는 꿀릴 것이 없다. 그가 최근 펴낸 <줄서는 맛집>(토트 간)을 들고 ‘밥맛’ 떨어진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섰다. 저자가 30년 동안 전국 맛집을 돌며 몸소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맛집 리스트’가 ‘진정한 맛의 쇼(트루맛 쇼)’를 펼칠 수 있을까?

    # 젊은 날 찾던 집이 바로 맛집이더라

    황씨는 ‘독설파 음식기행가’로 악명(?)이 높다. 기자 출신인 그는 음식·건강 관련 서적을 100권 이상 기획한 칼럼니스트로 <줄서는 맛집> 이전에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서울의 오래 된 맛집 111>(네오프랜 간) 등을 펴내며 음식탐방의 결정체를 하나둘씩 출간해 오고 있다.

    음식칼럼니스트 황광해씨는 ‘열린 맛 비평’을 즐긴다. 그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동호인들과 함께 하는 오프라인 음식기행을 즐기고, 자신이 펴낸 책에 소개된 맛집에 대한 비평도 서슴지 않고 부탁한다. 오래된 밥집이 맛집이 되는 이치처럼, 비평에 대한 비평을 통해 생명력을 주는 셈이다. 이를 놓고 보면 그는 음식 비평가가 아니라 음식 메타 비평가란 칭호가 어울릴 듯 하다. 사진 강윤중 기자


    그는 스스로 “약 30년 동안 ‘밥집’을 찾아 전국을 열 바퀴 이상 돌았다”고 자부한다. 그의 ‘한량’ 기질은 그에게 맛과 여행에 관한 유전자를 심어놓게 만들었다. 음식과 맛 관련한 기획 이력은 출판물로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시리즈(김영사), <신바람 건강법>(서울문화사) 등이다. 스마트시대를 겨냥해 안드로이드폰용 맛집 어플 <삼삼맛집>과 아이폰용 <얌얌서울>의 맛집 콘텐츠를 기획·제작했다. 방송에서도 불교방송(BBS) <김혜옥의 아름다운 초대>, KBS-2TV <생생 정보통> 등의 음식·맛집 소개 코너를 통해 그의 고소한 맛 이야기는다양하게 이어졌다. 또 네이버 카페 ‘포크와 젓가락’의 매니저 ‘돌도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직장 초년생 시절 선배들을 좇아다니며 밥 먹으러 다녔던 곳이 현재의 맛집이 됐습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이렇다할 맛집은 없었어요. 그냥 밥집인데, 20~30년 세월을 이겨오면서 맛집으로 자리 잡았죠. 한 예로 삼청동 수제비집 역시 당시 삼청동에 있던 몇 안되는 식당 중 하나였는 데, 그 세월 동안 그 맛을 이어오면서 현재 맛집으로 자리 잡은 셈이죠.”

    그의 말은 그가 펴낸 책의 컨셉이다.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찾는 밥집이 곧 맛집이란 얘기다. 발품을 팔아 맛집을 찾았으니, 입의 단내는 물론 다리 품에 땀냄새까지 밴 토속적인 정취가 가득하다. 그는 음식에 대해 ‘맛있다, 맛없다’는 식으로 한 숟가락 가벼움으로 ‘논’하지 않는다. 그 맛집의 유래며 음식이 나오게 된 배경까지 꼼꼼히 챙긴며, 왜 맛집일 수 밖에 없는 지 강변한다. 이렇게 맛집 하나 하나를 허투로 보는 일이 없으니, 혹자는 그의 식도락여정에 대해 ‘식당비평의 범주를 넘어서 민속적인 가치까지도 있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그가 소개한 맛집은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 1시간을 기다렸다가 먹는 부침개’ ‘뙤약볕에서 2시간 이상을 기다리게 하는 삼계탕’ ‘최소 30분 이상을 달려가서 먹게 만드는 3500원짜리 국수 한 그릇’ 등이다.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절로 고이는 것을 보면, 그의 손에 이끌려 제대로된 밥집 탐방을 시작해도 좋을 듯 하다.

    # 기본도 안되면서 잘난 척하기는~

    “서울만 해도 30년 이상 된 ‘맛집’이 300곳이 넘어요. 화려하기 보다는 투박하고, 멋있기 보다는 정감있는 식당들이죠. 음식도 설렁탕, 냉면, 칼국수 등 단순한 음식이예요. 이들 식당엔 공통점이 있어요. 요란을 떨다가 2∼3년 만에 문을 닫는 식당과 달리, 오래 살아남을 수있었던 비결은 기본기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맛집을 얘기할 때 음식의 역사를 먼저 말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셈이죠.”


    그의 얘기를 듣다보면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 쇼>에서 거명된 식당들이 왜 ‘맛집’이 아닌 지 그 이유가 분명해 진다. 그는 맛집 구별 법에 대해 몇가지 구비 요건을 얘기한다. 그 중 하나는 역사이고, 또 다른 것은 메뉴가 단품인 집, 여기에 지역 주민이 추천하는 집과 세대를 거쳐 전승된 2대 이상된 집, 정통 요리법을 고수하는 집 등을 꼽는다. 가벼운 맛은 있을 지 몰라도 진정한 맛집은 아닌 집의 경우, 특이한 재료를 내세우거나 퓨전 음식점 등이 <트루맛 쇼>에 등장할 집들에 해당한다고.

    그러기에 사람들의 그의 맛집 비평을 ‘맛있다, 맛없다’의 인상 비평이 아니라, 그 속까지 철저히 분석하는 구조 비평이라 평한다. 이런 이유로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집이 ‘맛집’으로 평가받고 식객들을 줄서게 만든다. 3000~4000원대의 종로 뒷골목 뚝배기 집에 일본인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며, 노원구의 도넛 포장마차가 왜 돈 받을 틈도 없이 성업 중인지도, 그의글을 읽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빔밥, 곰탕, 설렁탕, 북어국, 만두, 자장면, 김치찌개, 불고기, 냉면 등 평범한 음식들도 그의 평가가 곁들여지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언제부터 그 음식을 먹게됐는지 역사와 유래를 음미하면 입안에서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단내가 폴폴 피어오른다. 황씨가 오랜 시간동안 역사서 등을 뒤지며 고생 끝에 얻은 음식 이야기를 솔솔 빼먹는 맛도 그만이다. 그를 통해 한식과 한정식의 차이점과 만두와 포자, 교자의 차이점 등 음식의 역사와 상식이 배를 부르게 만드니 말이다.

    <홍길동전>의 허균은 1611년 조선팔도 음식총람서 격인 ‘도문대작(屠門大嚼)’을 펴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그가 음식에 이르러서는 ‘제대로 된 음식’을 끌어낸 셈이다. 이후 꼭 400년이 지난 지금, 음식칼럼니스트 황씨에게서 ‘맛집을 맛집이라 부르지 못한’ 이유를 듣게 되니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며 슬슬 배가 고파지는 이유는 뭘까?




    평양냉면, 그것을 알려주마

    요즘 평양냉면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광해씨에게서 평양냉면 맛집에 대해 물었다. 그는 “냉면 좀 먹는다는 사람도 중구 주교동의 ‘우레옥’에 대해 잘못된 것을 사실인 양 믿고 있죠. 우레옥 냉면은 창업 이래 동치미 국물을 쓴 적이 없는 데,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60~70년대 돼지고기 육수를 쓰다가 그 이후 쇠고기 육수로, 다시 쇠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돼지고기 육수를 섞어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구 장충동의 ‘평양면옥’은 쇠고기 육수에 동치미를 섞어 쓴다”는 덧붙였다. 또 평양냉면의 전통적인 육수를 ‘동치미 국물’로 알고 있는 것도 잘못이라고. 다산 정약용은 평양냉면은 면발에 숭저를 곁들인다고 했는 데, 숭저가 바로 흰배추김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전통적인 평양냉면의 육수는 거슬러 올라가면 ‘흰배추김치 국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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