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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승지지
    생활 속 이야기(일반) 2006. 10. 17. 21:13
    조용헌살롱] 十勝之地

    ▲ 조용헌
    시국(時局)이 어수선하면 ‘정감록(鄭鑑錄)’을 펼쳐 보는 습관이 있다. ‘정감록’의 하이라이트는 십승지지(十勝之地)이다. 난리가 났을 때 이곳으로 피란을 가면 목숨을 보존할 수 있다는 10군데의 장소이다. 하나같이 깊은 산골의 오지(奧地)에 해당한다.

    십승지의 첫 번째로 꼽히던 곳은 경북 풍기(豊基)의 차암(車巖) 금계촌(金鷄村)이다. 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金鷄抱卵)’의 명당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풍기는 산골 오지이면서도 명당에 해당하고, 들판이 있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곳이다. 현재는 동양대학교가 이 근방에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는 화산(花山)의 소령고기(召嶺古基)라고 되어 있는데, 안동의 춘양면(春陽面)을 가리킨다. 셋째는 보은의 속리산 아래 증항(蒸項) 근처이다. 넷째는 예천(醴泉)의 금당동(金堂洞) 북쪽이다. 이 땅은 비록 얕게 드러났으나 병란(兵亂)이 미치지 않아 여러 대에 걸쳐 편안하다고 되어 있다. 다섯째는 남원 운봉(雲峰)의 동점촌(銅店村) 주변 100리이다. 운봉은 지리산 자락의 해발 400~500m 높이에 자리 잡은 산골 분지이다. 여름에 운봉에서 보름 정도 지내본 적이 있는데, 삼복더위에도 선선한 곳이다.

    여섯째는 공주의 유구(維鳩), 마곡(麻谷)의 두 물줄기 사이이다. 일곱째는 강원도 영월(寧越)의 정동쪽 상류이다. 수염 없는 자가 먼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적혀 있다. 여덟째는 무주(茂朱)의 무풍(茂豊) 북쪽 골짜기이다. 덕유산(德裕山)은 어디든지 난리를 피할 수 있는 ‘덕산’이라고 전해진다. 아홉째는 전북 부안(扶安)의 호암(壺巖) 아래와 변산(邊山) 동쪽이다. 열 번째는 가야산(伽倻山) 남쪽의 만수동(萬壽洞)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대목이 있다. 이북 지역은 ‘십승지(十勝地)’ 내에 한 군데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진(臨津) 이북은 다시 오랑캐의 땅이 될 터이니 몸을 보전하는 것을 논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왜 십승지에 이북 지역은 한 군데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나는 ‘정감록’을 읽을 때마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긴다. ‘정감록’을 만들었던 조선시대의 비결파(秘訣派)들도 이북 지역을 위험하게 보았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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