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대거 창업에 나서자 금융회사가 이들을 겨냥한 대출에 열을 올린 탓이다. 베이비부머의 창업은 성공률이 낮은 데다 내년에는 경기둔화까지 예상돼 대출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농협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2조2000억원(11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말 92조8000억원보다 9조4000억원(10.1%) 증가했다. 올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증가액 4조1000억원의 2.3배에 달한다. 증가율은 올해 1∼3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4.2%)보다도 2.4배 많다.
은행별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국민은행이 35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22조5000억원, 우리은행 20조원, 농협 12조6000억원, 하나은행 11조4000억원 순이다.
올 들어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베이비부머가 있다. 직장을 은퇴하면서 창업하는 자영업자 수가 늘고, 이에 따라 대출도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2007년 604만9000명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난해 말 559만200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돼 지난 10월 말 573만1000명에 이르렀다. 이 중 특히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는 310만3000명에 달한다. 은행은 이런 흐름에 편승해 올 들어 소상공인네트워크론(국민은행), 소호V론(우리은행), 마이숍가맹점팩(신한은행) 등 신규 창업자를 겨냥한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자영업자의 경우 창업 성공률이 매우 낮아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준비 없이 창업에 나서면서 음식점, 도매업 등 이미 포화상태인 생계형 업종에만 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창업에 실패할 경우 자영업자 대출은 곧바로 부실로 이어진다.
실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증가세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1.08%로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 0.45%의 배를 넘었다. 다른 은행들도 3분기 들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소폭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 경기둔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영업자 부실이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연체율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