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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기 저 사과는 누가 두고 갔을까? (아련한 추억,, 떠오르는 기억.)
    내가 쓰는 이야기 2012. 2. 20. 21:48

     

     

    2월 13일 아침 길을 재촉하여서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덕산스파에 내려서 열심히 학교까지 걸어가던 길.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충의사 지나치는데 길가변 화단에 사과 하나 놓여있다..

    누가 저기에다가 사과 하나 놓아 두었을까? 갸웃하고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지나치다가,,

    갑자기 76년도에 제주도에 갔을 때 생각이 불현듯이 났다.

    아~~그때에 한라산 올라가던 길에 바위에 놓여져 있던 감자 3알.

    의미는 틀리겠지만,

    불현듯 생각나는 기억 때문에 가던 길을 돌아서서 사진 한장 찍어 본다.

    배낭까지 벗어 던지고 사진찍기에 열심이었으니,,

    잃었던 추억을 기억한다는 것은 정말 마음에 풍요로움이 전해지나 보다..

     

    그때 76년도 대학2학년 시절 여름방학.

    세림장학회에서 5박 6일 정도 정읍으로연수를 갔었고,, 그길로 아마도 공주쪽 봉사활동 바로 갔던 기억있다.

    그리고 봉사활동이 끝나고 서울 가던 길에,,

    정 선배와 부산 살던 여자후배(?)가 부산에 같이 놀러 가자고 하여서,,

    집에서  한밤자고,, 다시 또 배낭을 꾸려서,,

    고추장 된장 등 부식거리와 그때 돈 4,500원(아마도 서울 부산 왕복 기차비는 됐을 듯)만 챙겨서

    부산으로 향했다..

    선배는 부산가는 차비, 후배는 서울 올라오는 차비 보태준다.. 하여 시작된 부산 여행길..

    난생 처음 가는 부산이라도 기대도 컸고, 부산 바닷가를 본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광복동 거리, 태종대, 부산 해운대...

    여자 후배가 자기 친구 한명 데리고 와서,, 짝이 맞아 지내던 일주일이 지나고,,.

    무료함에,, 후배가 충무나 놀러가자는 제안했지만 집에서 안보내 준다 하였고,,

    그렇다면 부산 온 김에 제주도나 가보자....고 내가 제안하자 후배친구가 좋다... 라고 동의한 상황..

    우선은 선배의 금반지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어느정도 마련하고,, 후배친구는 얼마간 돈을 보탠다.

    난생 처음 장거리 배를 타고 13시간 반을 바다 위에서 있던 날.

    떠나기 전에먹은 메밀국수 때문인지.. 나는 배탈이 나서 정신이 하나 없었고..

    다행히 파도는 없어서 멀미는 안하고 제주에 도착.

    선배는 모든 돈을 나에게 맡긴다.

    남은 돈을 계산해보니,, 돌아갈 배삯 정도에서 조금 남는 돈 밖에 없다..

    그러나,, 제주에 온 김에 한라산을 올라가자는 내 제안에,,

    후배 친구는 또 내 편이 되어준다..

    나는 그시절 항상 운동화차림이었지만,,

    선배는 구두신고, 후배친구는 샌달을 신은 무모한 도전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어느 폭포에선가? 기억은 잘 안나는데,,

    우리는 아침을 먹으면서,, 모든 주부식을 거의 다 먹어 버렸다..

    남은 것은 라면 한개에 감자 하나..그리고 쌀 조금.

    점심으로 3명이 감자 한개에 라면 한개를 나누어 먹었다...

    쌀이 조금 남았지만,, 한라산 올라가서 아침먹고, 정상 올라가서 내려올 때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아끼고...

     

    참 비참하긴 했지만, 엉뚱한 게획과 도전이, 빈곤 속에서도 어떤 정신적인 풍요는 준다..

    구두에 샌달 신고,, 아침은 쌀을 조금 나누어 먹고,,

    한라산에 물이 없다하여서,,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없는 돈에 물통까지 사야했던 어려운 등반.

    한라산 올라가던 길..

    물통에 물은 있지만 아끼면서,, 작은 웅덩이에 고여있는 샘물을 보고 내가 먼저 먹으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물 속에 벌레가 있는 것은 물속에 독이 없다는 증거야~~]

    물 속에 벌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라서 물을 마시는 여자아이라니...

     

    그렇게 그렇게 산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바위위에 감자 3알이 눈에 뜨인다.

    아니~~~~~~~~~~~~~~ 이게 왠일?????

    근처를 아무리 둘러봐도 물이 있는 곳도 아니어서, 취사의 흔적도 없다..

    그럼 감자 3알이 무거워서 바위에 올려 놓고 갔을까?

    정말 이 감자 3알은 누가 두고 갔을까???

    감자 3알에 그렇게나 행복했던 적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로도 절대 없을 것이다.

    우린 한라산 정상 백록단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남은 반끼분 쌀밥에 감자 3알을 나누어서 정말 맛난 국을 끓여 먹었다..

     

    이 여행 이야기를 갑자기 쓰다보니,,,

    여러가지 상황들이 눈 앞에 아른..

    언제 시간날 때에 그 때의 기억을 적어봐야겠다...

    제주시에 와서 꽁보리밥 얻어 먹은 이야기..

    부둣가에서 모포피고 3명이 별보고 잔 이야기.

    목포로 해서 광주가서 광주 역전 앞 잔디밭에서 모포만 피고 잔 이야기.

    시계 맡기고,, 간신히 새벽 기차타고 14시간 걸려 부산 간 이야기.

    샌달 끈이 끊어져서, 옷핀으로 고정해서 신고 다닌 이야기.. 등등...

     

    어느날,,

    잔디밭에 놓여 있는 사과 하나 보고,,

    저 사과는 누가 왜 저기에 두고 갔을까??? 하고 생각 하다가...추억 속의 일이 떠올랐다..

     

    정말 그때 그 감자는 누가 바위위에 두고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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