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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들 "희망 없어서 행복해요"신문 2014. 12. 29. 15:24
일본 젊은이들 "희망 없어서 행복해요"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입력 2014.12.29 12:57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이언숙 옮김|민음사|386쪽|1만9500원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NEET)족', 평생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프리터', 내향적이고 도전 정신도 없는 '초식남'….
일본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만투성이다. "요즘 애들은 문제야"라는 말은 2000년 전에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더 심한 듯하다. 일본 주요 신문은 2011년 '성년의 날' 사설에서 젊은이들의 행태를 일제히 질타했다.
◇"미래 불안해도 행복하다"
개인 문제만은 아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생긴 구조적 현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1990년대 이후 취업은 어려워지고 비정규직은 늘었다. 일해도 가난한 '워킹 푸어', 집 없이 PC방을 전전하는 '인터넷카페 난민'도 생겼다.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 희망 없는 미래를 사는 젊은이들이 불쌍하다는 시선도 많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격차(格差) 사회'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게 정상일 텐데 정작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2010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서 20대 남성 65.9%, 20대 여성 75.2%가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고도성장기였던 1960년대 후반 20대 젊은이의 생활 만족도는 60%, 1970년대에는 50% 수준이었다. NHK 조사에서 '행복하다'는 응답 비율은 1973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래들과 비슷… 상대적 박탈감 없어
미래를 불안해하면서도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모순을 대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도쿄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젊은 사회학도인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古市憲壽·29)는 역설적으로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고 진단한다. 인간이란 미래에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됐을 때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고도성장기나 거품경제 시기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리라고 믿었다. 당시 젊은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힘든 경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면서도 언젠가 행복해질 것이란 희망으로 버텼다.
지금 젊은이들은 미래가 더 나아지리라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빈곤에서 오는 절망이 아니다. 일본 경제는 어느 시대보다 풍요롭고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 경제성장을 못 하더라도 다채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중저가 브랜드 '유니클로'나 '자라'에서 옷을 사고 맥도널드에서 런치세트와 커피로 식사한다. '스카이프'로 친구와 채팅을 즐기고 밤에는 친구 집에 모여 식사를 하며 반주를 즐긴다. 굳이 큰 집이나 멋진 자동차를 갖고 싶지 않다. 또래 친구들도 갖지 못했기에 상대적 박탈감이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또래 정규직 못지않은 돈벌이도 할 수 있다.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처럼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젊은이들을 일컬어 '사토리(득도) 세대'라는 말도 나왔다.
◇한국 젊은이의 미래는?
미래의 희망을 품지 않기에 행복하다는 진단은 암울하다. 그러나 젊은 저자는 기성세대의 걱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 졸업하고 한 기업에서 일하면서 오로지 출세를 위한 경쟁에만 몰두해 온, 취미라고는 골프나 마작 정도밖에 모르는 아버지들"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국가 인식도 더 건강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젊은이들 98%가 '일본에서 태어나 다행'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과거 같은 내셔널리즘과는 다르다. '전쟁이 나면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는 응답 비율은 15~29세 젊은이 중 7.7%에 불과했다. 저자는 "아시아·태평양 전쟁은 일본에서만 310만명 희생자를 발생시킨 대규모 살인 사건이었다. 이런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면 국제적인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한국이 겪는 현상을 미리 경험하는 사회다. 책 속 이야기는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다. '일본'을 '한국'으로 바꿔놓아도 어색하지 않다. 논쟁적인 '젊은이론(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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