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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하나님이십니다
    자료 2016. 1. 9. 17:10

    .08 19:32:56 수정 : 2016.01.08 19:54:47

    ㆍ카인
    ㆍ주제 사라마구 지음·정영목옮김 | 해냄 | 212쪽 | 1만4500원

    피에트로 노벨리의 작품 ‘카인과 아벨’

    피에트로 노벨리의 작품 ‘카인과 아벨’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주이십니다”란 카인의 말에 여호와 하나님이 답한다. “그것은 너를 시험하는 문제였다.” 카인이 되묻는다. “주께서 직접 창조한 것을 왜 시험합니까.”

    카인, 아담과 하와의 큰아들이자 자신의 손으로 동생 아벨을 죽이면서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구약성서에 기록된 이다. 여호와에게 왜 시험에 들게 하느냐며 불경스럽게 따져대는 그의 말은 실제 구약성서엔 없다. 창세기 4장엔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라는 여호와와 카인의 짧은 문답만 나온다. 살인 이후 신에게서 죽음은 면하되 유리(流離)하는 자가 되었고, 에덴 동쪽 놋 땅으로 가 아들 에녹을 낳았다는 게 카인에 관한 창세기 기록의 대부분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1922~2010)는 창세기의 짧은 기록 몇 줄로 카인의 살인 그 이후 행적을 그려낸다. 실제 역사를 찾아내 복원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카인을 시공간을 옮겨다니며 창세기 여러 사건을 목격하고 비평하는 자로 등장시킨다. 역사와 상상을 버무려 ‘환상역사’라 불리는 특유의 서술로 사라마구는 구약을 뒤틀어 해체한다. 카인이 ‘현재’에서 ‘다른 현재’로 이동한 곳 중 하나는 아브라함이 하나님 명을 받들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던 제단이다. 하나님이 보낸 천사의 명으로 죽이기 직전 제의를 멈춘 현장에서 카인은 부자의 대화를 듣는다. 이삭이 묻는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아버지는 저를, 아버지의 독자를 죽이고 싶어 하셨나요.” 하나님의 시험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다시 따진다. “도대체 무슨 하나님이 아버지더러 자기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합니까.”

    <카인>은 사라마구가 타계 1년 전 내놓은 마지막 작품이다. 사라마구에게 카인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목숨을 부지한 뒤 참회하며 떠도는 존재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살의를 내뿜는 위협적인 악한도 아니다. 신에게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대들며 부정하는 자다. 카인이 특히 문제 삼는 건 여호와의 명령이나 그의 뜻으로 이뤄진 죽음들이다. 소돔과 고모라에선 죄 없는 어린아이마저 죽었다. 황금 송아지를 섬겼다는 죄로 수많은 이들도 죽임을 당했다. “나는 형제를 하나 죽였는데 여호와는 나를 벌했다. 정말 알고 싶은데, 이 모든 죽음에 대해 누가 여호와를 벌할 것인가.”

    <카인>은 기독교 내에서도 잔인함 등으로 논란인 구약에 대한 단순 재해석이 아니다. 직설적인 기독교, 나아가 종교와 현대문명 비판이다. 공산주의자인 그는 카인의 입을 빌려 공격적인 무신론을 전개한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천사의 말에 카인은 대꾸한다. “이 하나님은 사람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할 때는 계시더라고요, 보세요, 소돔에서 불에 타 죽은 아이 단 하나의 죽음만으로도 즉시 하나님은 유죄가 되는 것 아닌가요.”

    카인에게 여호와는 가난하고 불행하고 비참한 자들이 도와 달라고, 구제해 달라고 애원해도 등을 돌리는 존재다. 전쟁에 나간 군인들에게 사람, 소, 나귀, 양 떼의 500분의 1을 바치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이렇게 빈정거린다. “여호와는 회계원의 두뇌를 타고나 암산이 무척 빨랐을 뿐 아니라 동시에 아주 부유하다고 묘사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 명령에다 창세기의 전쟁과 전투, 침략과 학살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쉽게, 순식간에 수많은 소, 양, 나귀, 여자를 얻을 수 있다니, 이 여호와는 언젠가는 전쟁의 신으로 알려지겠구나, 사실 나는 여호와의 다른 용도를 모르겠다.” 사라마구는 이 문장에 이렇게 개입한다. “카인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의 생각은 옳았다.”

    사라마구는 병상을 오가며 고투하며 쓴 마지막 작품에 왜 카인을 내세워 난도질에 가깝게 하나님과 종교를 비판했을까. 스페인 문학전문기자 사비 아옌과의 2008년 인터뷰 한 단락에서 문제의식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어떻게 해서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과학이 이렇게까지 발전된 사회에서….” 지구와 태양계가 끝나는 그날에 “‘내가 그토록 애지중지 창조한 존재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고!’라고 푸념하면서 우리를 보호해주러 와야 할 하나님은 결코 나타나지 않을 거요”라고도 했다.

     

    사라마구의 육성은 소설 속 카인이 당도한 ‘다른 현재’의 마지막 장소인 ‘노아의 방주’에서 파국적으로 변주된다. 구약 기록과 사라마구의 서술이 뒤섞였으니 창세기를 비교해 가며 읽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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