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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발병 원인,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 달랐다
    건강과 먹을거리 2012. 6. 8. 23:35

    암 걸린 돌고래떼… 유전·술·담배 때문이 아니었다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ㆍ이지윤 옮김ㆍ아카이브 발행ㆍ480쪽ㆍ2만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입력시간 : 2012.06.08 21:04:49
    수정시간 : 2012.06.09 20:36:38



    이행성세포암종이라는 방광암 진단을 받은 스무 살 처녀가 있다. 그의 어머니는 유방암을, 이모는 방광암을 앓고 있었다. 세 삼촌도 대장암과 전립선암, 기질암 환자였다. 의사들은 이 처녀의 암 발병은 '가족력'이 원인이라고 꼽았다. 그런데 문제는 처녀 환자가 수양딸이라는 데 있다. 이 환자가 바로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원제 Living Downstream)을 펴낸 생물학자 샌드라 스타인그래버다.

    많은 사람들은 암 원인을 유전적 요인에서 찾는다. 하지만 30년 전 암과 싸워 이긴 저자는 자신의 사례를 들며, 유전적 요인이 암 발병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 동안 유전과 생활방식이라는 틀에 갇혀 보지 못한 '암과 환경의 복잡한 관계'에 천착했다.

    저자는 미국 온타리오호에서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세인트로렌스 강에 서식하다 1985년에 떼죽음을 당한 흰돌고래 12마리의 사인(死因)에 의문을 품었다. 흰돌고래를 해부해보니 종양이 21개나 발견됐는데, 이 중 6개는 악성(암)이었다. 그 중에는 저자가 앓았던 이행성세포암종도 있었다.

    그리고 2002년 또다시 이 강기슭에 흰돌고래 129마리가 죽은 채 떠올랐다. 이번에는 27%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 이는 인근 지역 주민의 발암률과 비슷한 수치였다. 오염이 덜 된 북극해의 흰돌고래에서는 아직 암이 보고된 바 없다.

    학자들은 세인트로렌스 강에 사는 흰돌고래에서 암이 생기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고래의 지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벤조피렌을 비롯해 살충제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폴리염화비페닐, 클로르데인, 톡사펜, 미렉스 등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검출됐다.(이들 화학물질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협약에 따라 2004년부터 사용 금지됐다)

    흰돌고래에서 검출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경우 강 유역에 줄줄이 들어선 알루미늄 제련소 등 각종 공장에서 배출된 것이다. 벤조피렌이 암을 유발하는 방식은 단순하면서 직접적이다. 모든 생물체 내에는 몸에 침입한 화학물질을 해독하고 대사(代射)하는 세포 내 효소 집단이 있다. 이 효소 집단이 외부에서 온 화학물질인 벤조피렌과 만나면 이를 파괴하려고 벤조피렌에 산소를 집어넣는다. 하지만 산소를 얻은 벤조피렌은 해독되기는커녕 활성화돼 유기체의 DNA 가닥에 단단히 달라붙는다. 이렇게 달라붙은 화학물질(DNA부가화합물)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로 변한다.

    전쟁 무기로 쓰였던 화학물질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해 76년 미국에서 유해물질규제법이 제정될 때에는 6만2,000종이나 나왔다. 현재는 8만종 정도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으며, 매년 700종씩 늘고 있지만 독성검사를 제대로 한 것은 2%밖에 되지 않는다. 화학물질 중 5~10%(4,000~8,000종)가 암 유발인자로 추정되는데도 말이다. 암 생존자인 저자는 이런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말씀해주세요, 세인트로렌스 강의 흰돌고래가 술ㆍ담배를 너무 많이 해서 암에 걸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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