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고사리를 꺾으면서
    내가 쓰는 이야기 2019. 5. 28. 09:34

    사실 큰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으로 쳐도 별것 아닐 수도 있는데 산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낸다는 것은

    텃밭을 가꾸고 거기서 산에서 보다 많은 소득이 나는 것보다는 왠지 더 재미는 있습니다.

    채집생활이나 사냥으로 길들어진 원시 인류의 유전자가 이어져 내려와서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지요.

    분명 힘은 많이 들고 어려운데, 산속에서 만나는 것들은 호기심도 자아내고 뭔가를 찾아내는 보물찾기 같은

    마음이 들어서 이것을 외면하고 빈둥대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고사리가 어디에 있는지? 이곳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되어서 잘 모르지만 할매들의 길을 따라서 나서 봅니다.

    비 온 뒤에 길을 나섰더니 정말 왠 고사리가 이리도 많이 눈에 뜨이는 지.,, 그런데 할매들은 이전에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고사리를 꺾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단지 할매들이 꺽어낸 상처난 고사리 줄기들이 증거로 남아 있는 고사리 밀집 지역입니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고사리 내려 올 때 보았네..어떤 싯귀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쪽 길로 접어 섰을 때는 보지 못한 것이

    저쪽으로 눈을 돌리던가 취나물 꺾으러 가다보면 오히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고사리인 것 같습니다.

    풀섶에 숨어서 갈때는 몰라도 올때 보이는 것이고, 이상스레 고사리 많은 곳에 둥글레가 많이 있어 가림막을 하네요.

    고사리를 꺾으면서 벌써 눈은 다른 곳을 살피고, 하나를 발견하고 꺾으려 가면서도 눈을 다른 곳을 살피는 것이

    눈에 들어 온 것은 이미 내것이고 또 다른 것을 살피는 것을 보면, 내 마음 속엔  분명 탐욕의 마음이 그리고 새로운

    것을 향한 욕심이 있음을 읽곤 하지요.


    옆집에 사는 이의 친구가 영동에서 산불감시원으로 일한다는데,, (예전에 소시적에 은행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라지요.)

    사회친구인데, 영동에서 이 먼곳까지 가끔 들러서 이런 저런 이야기 전해 줍니다.(나보다 두살 많은 이들....)

    영동에서 65살 먹은 할매가 산속에 고사리를 꺾으러 갔다가 실종되었다는데, 실종수색에 119대원들만의 힘으로 어려우니

    산불감시인들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자신도 거기에 투입되어 고생 좀 했다고...

    그런데 아직도 못찼았다고, 조금 걱정스런 말을 했는데 며칠 뒤에 그할매가 실족사했다고 뉴스에 나왔다고 하네요.

    할매들이 익히 아는 길일텐데 얼마나 더 깊이 들어가서 낭떠러지에 떨어졌을까? 생각 해봅니다.


    내가 다니는 야산엔 그런 높은 낭떠러지는 없으니 걱정을 할 바는 아닌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약간은 경사진 곳에 고사리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고 경시진 곳에 두발짝 내딛으면서 꺾으면 되었지요.

    그리고 올라오려는데, 칡덩쿨이 눈에 띄여서 나도 모르게 칡덩쿨을 잡고 조금 편하게 올려오려 했더랍니다.

    힘을 주어 당기고 조금 쉽게 올라오려는데, 그만 질길 것만 같은 칡덩쿨이 툭... 끊어져 버립니다.

    하체보다는 상체에 힘을 주던 몸은 뒤로 휘청 넘어가고 하마터면 약 1미터 높이의 경사진 곳이지만 미끄러질 뻔 했습니다.

    순간 영동에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그 할매도 그렇게 욕심을 내서 고사리를 많이 꺽으려 했던 것이 아니고

    약간 경사진 곳에 발을 디뎠다가 뭔가 잡고 올라오려다가 뒤로 몸이 휘청.. 하고 넘어졌을 것이라고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속담으로 말하면 믿는 도끼에 발등찍히는 격입니다.

    조금 더 생각을 깊이하면 결국은 믿을 것은 나 혼자뿐인 것이 세상인데...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내발로 걸었던 길은 어렵더라도 내발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하듯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지만, 찔레꽃 가시에 여기저기 찔린 허벅지에는

    집에서 바지를 벗어보면 여기저기 빨간 점들이 선명합니다.

    그나마 응급처지할만한 빨간약 같은 무엇인가를 가지고 다닙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것도 큰 사건이지만, 이름없는 나는 찔레가시에 찔려 죽었다 하면

    누가 알아줄까? 하는 흰소리나 중얼대면서 한번 숙이고 한발짝, 그렇게 수십 수백번을 숙이고 꺽으면서

    하루 두차례 산길을 돌아오면 몸은 천근만근인데 다리와 허리의 힘은 분명 엄청 건강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스스로 위안을 해 봅니다. 이젠 덕유산 등산을 해도 되겠지.. 생각도 하면서요.


    칸트는 정확한 시간에 산보를 하고 철학을 했다지만 난 산길을 오가면서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왜 이렇게 살까? 행복한가? 누군가 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픈 일에 대해서 내가 원하는 그림은 그려질까?

    숲속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마음과의 대화는 깊어만 갑니다. 마음은 조금 더 숙성도 되어 갑니다.

    요사이 마음편한 매일의 연속이지만 응석 부리듯 욕심을 더 부리는데,,, 하늘에 계신 님이여.. 조금 더 나은 좋은 날이 오겠지요?


                                        

     하루에 2시간 정도 산행길에 고사리를 꺽으면 대충 빨간색 채반에 있는 양이 됩니다.

     위에 파란색 큰 채반에 마른 고사리는 빨간 채반의 4~5배 정도는 될텐데 바짝 마르니

                                         정말 적어 지네요.

                                         밭에서 기른 건 고사리가 100그람에 만원정도 한다는데, 산행을 하면서 자연산 고사리를

                                         500그람 정도 채취했는데 50,000 이상은 될테지요.?ㅎ 

                                         고사리를 삶고 말려서 파는 일도 식품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니,,형님동생 식구들과

                                         친구들에게나 선물이나 해야 할 것을 열심히 꺾고 다니는 저를 보면 스스로 웃기기도 합니다.

                                         운동삼아서 하는 것인데 재미가 있으니 하는 것입니다.

                                         이웃이 저포함해서 10가구인데,, 저만 이런 것에 취미를 가진 듯 하네요.ㅎ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소는 아니지만..(고사리를 꺾으면서..... 2)  (0) 2019.06.08
    쑥차 만들기  (0) 2019.05.31
    할매들의 길   (0) 2019.05.27
    마음 편치 않은 날들이 계속..  (0) 2019.02.27
    카스테라 계란  (0) 2019.02.1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