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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부조리한 일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들은 많이 있겠지만, 어느날 부조리함을 다룬 연극 ‘대머리 여가수’에 대한 두 부부의 의견차이가 일상의 대화처럼 이어진다.
그리고 군대에서 동료를 살리려 몸을 던진 장교의 죽음을 폄하하면서 부조리하게 몰고 가는 기자의 방문, 옆집 새댁은 떡을 돌린 부인의 쟁반을씻어주려고 하다가 자기 아이가 손을 베었다면서 손해 배상을 하라고 하는 엉뚱한 사건을 맞이 하기도 한다. 조금은 색다른 부조리한 상황을 그냥 좋게좋게 넘어가고자 하는 노년의 삶인데.....
일상의 노년의 모습 속에서 작은 행복의 이야기가 이어가려니 하지만 결혼한 지 40년이 넘은 노부부의 해묵은 옛날 이야기는 남과 여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가 느끼게 한다.
일견 노년의 사이좋은 부부에게 의외의 쌓인 한과 복수심까지 느끼게 하는 과거의 일들은 그녀의 일기장에 빼곡히 기록되어 있지만, 남편은 그냥 사랑하는 아내, 믿고 사는 아내의 모습만을 그리고 살아왔다.
톱스타 정나라의 아버지 주호성의 정통 연극의 갈증을 풀어주는 연기와 이것을 바쳐주는 부인역의 정아미, 기자역할, 옆집 새댁, 딸의 연기가 모두 자연스럽게 좋았다.
불합리한 사회 속 상황에 대한 풍자극을 두 부부의 노년의 삶과 이어 보면서 마지막 엔딩의 모습은 작은 미소를 짓게 한다.
년말에 좋은 공연을 대하게 됨이 기억에 담을만 하고 무대 장치와 배경 등 준비를 많이 해 준 정성의 작품을 대하게 되어 즐거운 시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