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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책읽기 2022. 9. 15. 23:35

    하나의 대학 연구 논문 같다. 몇 년에 걸쳐서 세계사를 바꾸었을만한 중요한 유물이 왜 세상에 많이 존재하지 않는가? 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읽혀진다.

    내용은 그래서 깊이가 있는데, 논문이라고 할 만큼 지루하기도 하지만 세계사를 바꾸었다는 당당한 주제를 가질만한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너새니얼 워드가 워디언 케이스를 발명하고 상자의 실용성을 시험해보고 워디언 케이스를 통한 식물 이식의 성공으로 워디언 케이스가 식물 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점에 대해 살펴본다..

    2부는 워드가 죽은 후에 워디언 케이스의 운용과 쇠락의 역사를 추적한다.

    워디언 케이스로 인하여 제국주의의 식민주의 플랜테이션 농업이 발달하게 된 이야기, 식물 이식으로 뒤바뀐 생태계, 뜻하지 않은 외래침입 생물종과 병충해로 인해 워디언 케이스가 사라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렇게나 중요한 유물이 어째서 세상에 얼마 남지않고 주목받지 못했는지 의문을 함께한다.

     

    1829,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식물 애호가인 너새니얼 백쇼 워드는 나방 부화를 관찰하기 위해 밀폐된 유리병에 흙, 마른 잎, 나방의 번데기 등을 넣었다.

    이때에 유리 용기에 담긴 고사리와 이끼가 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오랫동안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이렇게 그는 몇 년간 실험을 거듭하여, 적당한 햇빛만 있으면 몇 개월이고 식물이 생존할 수 있는 밀폐형 유리 상자, 워디언 케이스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워드는 자택에 거대한 온실을 짓고, 식물과 관련된 인사들을 초대해 자신이 꾸민 온실과 워디언 케이스를 보여주었다. 희귀한 식물과 워디언 케이스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식물학자나 종묘상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면서 워드의 실험적 온실은 원예업계와 식물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워디언 케이스는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종묘업자, 식물원, 식물 애호가 상류층이 워디언 케이스를 즉각 도입하여 운용하기 시작했다.

     

    호주의 깊은 밀림에 숨어 있던 작은 양치류, 상류층이 자신의 부를 뽐내기 위해 구입하던 인도의 난초, 정원용 식물로 각광받은 일본에서 들어온 인동덩굴, 커다란 크기와 화려한 색깔과 생소한 형태로 놀라움을 자아내는 말레이시아의 식충식물 등, 다양한 식물이 워디언 케이스에 담겨 바다를 건너왔다.

    이런 과정에서 유럽과 미국의 식물학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학계와 원예업계를 발전시켰다는 긍정적인 역사뿐 아니라, 제국주의 세력이 식민지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익을 창출하려 한 비판적인 시각도 다룬다.

    유럽의 제국주의 세력은 경제성이 있는 식물이라면 무엇이든 채집해 워디언 케이스에 담아 도입하고, 타 식민지에 옮겨 심어 대규모의 기술력과 자본의 투입과 원주민의 노동력을 바타응로 하는 플랜테이션 농업을 조성했다.

     

    이렇게 제국주의 세력은 인도에서는 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고무,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커피를 대규모로 농작해 식민지의 영토와 산업 체계를 장악한다.

    우리가 현재 만나게 되는 식물계의 질서는 19세기에 워디언 케이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할 수 있겠다

     

    식물의 장소 이동은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침입종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흙과 식물에 묻어 있던 병충해와 바이러스도 함께 옮겨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태로 식물검역이 강화되었고 유사시 식물은 흙과 함께 소각되었다.

     

    책의 2부에서 왜 현존하는 워디언 케이스의 수가 이렇게 소수만 남았을끼? 에 대한 답이 되는 것이 검역 강화 때문이라고 하겠다.

    검역 강화와 더불어서 항공기의 발달로 인하여 식물 운반 수단이 다양하게 됨으로써 워디언 케이스는 원예업계와 식물학계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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