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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님이여, 다음엘랑은 조금은 더 정성을 들여주십시요.
    내가 쓰는 이야기 2006. 4. 16. 00:08

    성산대교쪽에서 가양대교쪽으로 산책하는 길...

    강을 따라 걷는데, 강가에 소주병 하나 널부러져 있다.

    낚시꾼들이 먹다가 버린 것이겠거늘....

    생각하면서, 머리와 가슴으로만 잠시 욕을 해 본다.

    어~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병 안에 담배꽁초 모아 버린듯 하얀 것들이 눈에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무슨 메모지 같은 것들이었다.

    참이슬병에 뚜껑은 닫혀진체로.......

    호기심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고,

    짧은 순간의 생각이었지만,

    어쩌면 정말 소중한 인연같은 내용을 확인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까지 들었다.

     

    서울이란 도시의 북쪽 어딘가에서 부터 떠 내려왔으려니..

    병마개는 닫혀있었으나, 마개 틈새로 물이 조금은 들어와 메모지는 젖어있었다.

    뚜껑을 돌려 열면서,

    만약에 내가 다음에 경험을 한다면, 꼭 비닐로 막아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젖은 상태였었기에,  종이들은 병의 안 쪽 벽에 붙어서 빼내기가 어려웠다.

    힘으로는 안 될 일.

    주변에 나뭇가지 하나 주어서 빼 내어 본다.

    뭉쳐져 있는 듯 보였으나, 물을 제거하고 보니 4장 종도의 메모지가 보인다.

    한장 빼어냈으나, 물에 젖어 얼룩진 글을 알아볼 수가 없다.

    볼편같은 글은 얼룩지고, 형광펜 같은 글은 못 알아보겠고...

    다른 메모지들을 빼 내려하나, 여간해선 빼지지 않는다.

    병 바깥에 비추어지는 상태로 보면, 어쩌면 빼내도 모두 못 읽을 것 같은 생각도...

    순간 첫번째 메모지의 상태를 본다.

    대충 찢어서 휘갈겨 쓴 듯한 상태.

    아주 반듯하게 정성을 기울였다면, 어쩌면 난 이 병을 집에까지 모셔왔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정성을 기울였으면 좋았을 것을.....

    생각이 이렇게 미치게되자, 첫번째 메모지도 병안에 넣고, 다시 마개를 꼭 막았다.

    강물로 다시 돌려 보냈다.

    새로운 임자를 만나라고....

    언뜻보니, 가까운 곳에 소주병 하나 더 떠 있다.

     

    님이여,,

    행여나,

    행여나,,,,

    이렇게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희망을 기대하는 순간 있다면,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정성을 다하여 메모지를 잘라주시고,

    정성을 다하여 글을 써 주시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허공에 전해본다.

    서울 북단, 강원도 한강줄기에 사시는 님이여,,

    다음엘랑은 조금은 더 정성을 들여주십시요. 

     

    조금은 자연을 헤치는 일이긴 하지만,,

    가까운 시일내로 나도 나의 염원을 띄워 보낼 것만 같다.

    그런데,, 여기서 띄우면 금방 서해바다인데, 누가 나의글을 읽게 될까?

    서해 군산 앞바다로 갈까? 진도 앞바다로 갈까?

    일본어로 적어야 하나?

     

    한강변 산책길에 작은 웃음과 미소를 머금게 해준 순간이었다.

    그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희망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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