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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동백꽃
    내가 쓰는 이야기 2006. 4. 22. 01:16

    1.

    바다가 보이는 언덕.

    바다에 접하여 급하게 솟아 오른 언덕에 동백꽃 나무 2그루 서있다.

    바다에서 불어 오는 해풍도 받고, 주변엔 큰 나무 그늘도 없어서인지,

    빛깔 곱고 나뭇잎 두껍게 자태를 뽑내고 있었다.

    우연히 어느 해, 이른 봄에 찾아 낸 하얀 동백꽃이다.

    하얀 동백꽃 자체도 귀하려니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고고하게 자리잡음이 내 눈 길을 끌었었다.

    우연히 하얀 동백꽃 주변에 땅에 떨어진  동백꽃 씨앗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엔 비탈진 곳에 있어서 눈여겨 보았어도 찾기 힘들더니...

    몇개 찾아내어, 어딘가에 하얀 동백을 심을까? 걱정을 해 본다.

    아직도 그냥 외투 주머니에 간직하고 있는 씨앗.

    아마도 내년에나 어딘가에  좋은 땅 찾아 심을 수 있으려나?

     

    2.

    동백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는 몰라도,

    나에게는  아주 독특한 꽃이라고 생각되어,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다.

    보통 봄을 시작하는 꽃들은 겨울의 눈처럼 맑다.

    복수초를 시작으로 매화, 목련, 벚꽃, 진달래, 개나리등,, 하얗거나 파스텔의 맑은 색깔들..

    여름의 태양빛을 받아서, 정열의 빛깔을 나타내게 되는 여름의 짙은 색깔 다른 꽃들과는 분명 다르다.

    그런데, 딱 하나 동백의 꽃만이 여름의 정열의 빛깔을 띄고있다.

     

    나에겐, 동백꽃.. 하면 우선 선운사의 동백숲이 떠오르고,

    선운사하면, 또 늦가을에 피어나는 꽃무릇(상사화)의 군락이 생각난다.

    꽃이 피면 잎이 지고, 잎이 피면 꽃이 져서,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슬픈 사랑을 이야기 한다는 상사화.

    동백꽃과 상사화만으로 본다면 선운사는 슬픔의 이야기가 많은 절이다.

    송창식은 선운사라는 노랫말을 통해서, 동백꽃을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으로 표현했고,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못 떠난다고 노래했다.

    아니 헤어짐이 없기를 바라는 절규를 했다고 하여야 하려나?

     

    절규라는 단어와 어울리게도,

    이웃나라 일본은 후두둑 지는 모양을 보고, 동백꽃을 무사의 꽃이라도 한단다.

    붉은 빛을 토하면서, 꽃의 목이 뚝 떨어지는 모양을 보고 이렇게 표현했으리라.

     

    한겨울 끝날무렵부터  봄을 마중할 때,

    붉디 붉은 빛, 그리고 꽃잎 흩날리지 않고 뚝 떨어지는꽃.

    그러기에 송창식은, 멀어져가는 님을 추운 겨울로 생각하고, 붉은 꽃을 심장의 뜨거움으로 표현해서,

    붉은 꽃이 떨어지는 것이  내맘처럼 슬프다고 표현하고,,

    선운사 동백꽃이 지는 모습을 보면,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라고..... 노래 했으리라.

     

    내 눈에 비추인, 겨울의 붉은 빛은 이렇게 독특하다.

    그러하기에 동백꽃이 아마도 하얀 동백꽃이었다면 송창식도 이렇게 노래는 못했으리라.

    이런저런 이유로,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하얀 동백꽃을 발견했다는 것은 이렇게 특별하다.

    겨울의 색깔을 그대로 지닌, 겨울에 어울리는 색깔의 동백꽃이기에.....

     

    3.

    어느해 3월 말인가, 4월초 즈음..

    바다를 보고프면 항상 향하는 곳.

    덩달아 하얀 동백꽃이 보고 싶어서 바닷가 언덕을 향했다.

    언제나 마음 포근해 지는 곳..

    나무야,, 너도 잘 있었느냐?.

    그런데, 아무리 나뭇잎 사이를 헤치면서까지 둘러 보아도, 꽃 한송이 보이지 않는다.

    계절을 지나쳤다해도, 이번엔 열매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에도 많은 꽃송이 보이지 않았지만, 올해는 아예 꽃송이의 흔적도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누군가가 나무를 예쁘게 다듬어 준 흔적은 있건만....

    바다의 해풍을 받으면서 태양 빛을 한없이 받아서,, 건강한 동백나무엔 꽃이 없었다.

    너무나 튼튼하기에 꽃이 없었다.

    꽃을 안피우고도 너무나 잘도 살 수 있다 생각하는지, 잎만 빽빽하고,, 꽃이 없었고.

    종족 번식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듯이 꽃이 없었다.

     

    정말 아쉬움이다.

    그나마 내년을 생각한다면, 가지라도 뚝뚝 분질러 주는 것이 최선이리라..

    그래야,

    ""아~ 내 몸이 상하는구나. 더 이상 큰 일이 나기 전에 종족번식이라도 하자.""

    하면서 내년엔, 서둘러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련만.....

    전지 가위라도 있었다면, 대충 뚝뚝 전지라도 했으련만,

    누군가가 가꾸어 주는 모양에,, 내가 아무렇게나 가지를 부러뜨릴 수는 없었다.

    분명 잘못 된 전지 방법이었다..

    모진 태풍이라도 불어서 뿌리라도 뒤 흔들어 주면 오히려 좋으련만.....

    아~~ 아쉬움이야.

    꽃 하나 볼 수 없는 나무로 변해가는 모습에 내 마음이  심란했다.

    나의 탄식을 나무가 들었다면, 아마도 꿈 속에 나타나 이렇게도 말 할 지도 물론 모른다..

    ""내가 나뭇잎만 튼튼한 것이 무엇이 불만이란 말이냐?

     경사진 곳에서 내가 씨앗을 맺어도 씨앗이 뿌리내려 살아 가기 어려운 현실이기에,

     나의 몸을 크게 크게 부풀리고 있는 것을.....

     이러다 거목이 되면 혹여 알랴?

     그 때에는 나의 꽃들이 번창하여 주변이 온통 동백꽃 밭이 될지를.....

     나의 깊은 뜻을 너 같은 인간이 어찌 알 수 있으랴? 하면서...""

    경사진 곳을 내려 오는데, 땅에 붙어서 자라는 꽃봉우리 하나 눈에 띈다.

    아~~~이뻐라.

    정신없이 사진 한장 찍어 보았다.

     

    4.

    우리들의 어린시절에 비하면 먹고 살기 편해진 세상.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면서 아이를 갖지 않는다.

    우리 시절에는 정부의 산아제한을 하라는 감언이설에 우리는 놀아났지만,,

    세상이 바뀌어진 이즈음에,

    나라가 위태로울 정도의 산아제한에 발등이 떨어졌지만,,

    살기 편해진 젊은이들은 자기들 먹고 살기 바쁘다고, 자기 즐기기 바쁘다고,

    아이 낳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랴?

    선진국은 저출산으로 고민이고, 후진국은 애만 쑥쑥 잘만 낳아 놓는다.

    우리는 선진국도 아니면서 선진국인 체 하는 것이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 본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고고한 두그루 하얀 동백나무 같다.

    동백나무가 편안한 바닷가 바람을 안고,,튼튼하게 자랄 수 있어서 꽃을 안 피우듯이,

    인간 세상은 저 하나 잘 먹고 살면 된다고, 자식을 안 낳는단다.

     

    자연이나 인간의 삶이나 이렇게나 똑 같은 걸.....

    나무도 내 꿈에 나타나 나의 모자람을 꾸짖을지도 모를텐데,

    내가 이 시절 젊은이의 생각을 무엇이라고 탓하랴??

     

    그러나,

    그러나,,,,,,,

    모름지기 자연의 나무들이나,,인간세상이나,

    어느정도는 뜨거운 태양빛에도 시달리고, 태풍도 맞고,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도, 구비구비 비바람도 맞아야 삶이 영글어 지겠지.

    정갈하게 전지 가위로 단장한 예쁜 동백나무처럼,,

    우리도 온실에서만 자란다면,

    바닷가 동백처럼,, 분명 삶의 결실을 맺기 힘들 것이다.

     

    오늘도 공연히 동백꽃 하나 보면서,,쓰디 쓴 이야기들도 씹으면서, 또 하루가 간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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