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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에 택하는 사랑.
    내가 쓰는 이야기 2006. 5. 22. 00:18
     

     

    고등학교시절 가장 잘했던 과목을 꼽으라면, 물리와 독어였을 것이다.

    물리는 왜? 하는지 모르는 수학을 실생활에 접목하여 명확한 계산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독어는 법칙대로의 발음과 남성적인 힘이 매력적이었고, 독일인의 사고 방식이 나와 통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독어책 가운데 기억나는 한 토막.

    ===============================================================

    한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었는데, 날이 저물었다.

    초행길의 마을,

    집 한 채 보이지 않았으나, 커다란 성이 하나 눈에 띄었다.

    나그네는 성의 주인을 불러내어 하루 밤 재워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성의 주인은 나그네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 성에는 한 번도 낯선 나그네를 재워준 적이 없다며 다른 곳을  찾으라고 말한다...


    나그네는 알겠다고 말하며, 한 가지만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질문을 한다.

    “혹시 이 성에 예전에는 누가 살고 있었나요?”

    <나의 부모님>

    “그럼 그 이전에는...?”

    <나의 할아버님>

    “그럼 그 이전 이전에는...?”


    <나의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그럼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여기 살다가 돌아가신 그 분들도,

    따지고 보면 나와 같은 이 성의 나그네 아닌가요?“

    성의 주인은 나그네를 성에 들여 잠을 재워준다.

    ==========================================================

    이야기처럼 본다면,,

    우리는 지구의 나그네이고, 인간 사회의 나그네이다.

    어떤 공간에선, 사람과 자연 속에 스치듯 지나치는 인연을 만들고,

    어떤 시간에선, 지나친 추억같은 아름다움과 슬픔을 만든다.


    영원히 함께하고, 변치않을 사람과의 인연 속에도,

    때로 사랑조차 움직이는 것이라고, 나그네 모습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제행무상의 짜여진 흐름인데,

    있는 순간, 인연이 닿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인생의 나그네 길이다.

    **********************************************************


    기억나는 내용 이제는 없지만,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에 이런 구절의 얘기 나온다.


    주인공이 사촌누나에게 결혼을 해 줄 것을 애원한다.

    이러저런 합당치 않음을 알려주는 이유를 들다가,,

    <만약에 이 세상을 돌고 돌아 이런저런 여자들을 만나보고서,

     그래도 나 밖에 없다고 생각되면 돌아오너라. 그러면 너를 받아들이마...>


    소설에 더 이상의 기억은 없다..


    세상을 돌고 돈다는 나그네의 모습.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세상을 돌고 돌다 그래도 돌아오면 받아준다는 진정한 사랑.

    마지막에 택해지는 사랑.


    합리화 해보자.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도 좋은 의미였으나,

    어차피 이 공간에 자리한 우리들은 나그네사랑이나마 해야 한다.


    지난 일들일랑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 만들어 버리고,

    세상을 돌고 돌다 그렇게 해서 만나는 마지막 사랑이 있다면 좋겠다.

    좁은문에 나오는 누나의 메아리처럼,

    마지막에 택해지는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오히려 새로운 삶이 서운치는 않으리.....

    오히려 축복일지도 모르지.....

    어차피 인생길, 나그네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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