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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삶 4
    내가 쓰는 이야기 2011. 5. 31. 01:06

    고사리 취나물이나 꺾어야지.... 하면서,,

    산길을 20여분 정도 걸어 오르는데,,저쪽 고추밭에 조금 낯익은 분이 보인다..

    일부러 인사도 할 겸 조금 길을 틀어 본다..

    <아니, 여기까지 고추밭을 하세요?.>

    그러시단다..

    마을회관앞 고추밭을 하시고,, 여기저기 밭에서 모습을 뵈었었는데....

    대충 4,000포기 고추 농사하신다.. 는데,,

    보통 5포기당 말뚝 하나씩을 박는 것을 보았는 데,, 말뚝만 800개 이상을 박아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내가 말뚝 10여개 박고는 팔꿈치가 이상을 느꼈었는데,,

    800개라...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거의 혼자서 하신다..

     

    대충 나이 어림잡아보면 70대 초반 정도 같으신데,,

    아들이 40대라는데,, 건설 쪽 일을 하다가 일감이 없어서 집에 와 있다는데,,

    한때는 동네에서 가장 잘 살았던 그런 폼세라서 남의 눈에 뜨이는 것이 싫은 듯하여

    아마도 노인네 혼자서 거의 일을 도맡아 하시는 것 같다...

    남편되시는 분은 머리 수술 4번에,, 심장쪽 시술 2번으로,,

    정말 명줄이 길어서 살아 갈 뿐이라고 동네 사람들은 말씀하신다..

    그런데,, 어느날 <안녕하세요?.> 인사드렸더니,,

    안녕하지 못하네요...하시면서,, 아저씨께서 또 입원하셨단다..

    이번에는 폐가 이상이 생겼다나??

    그 많던 재산,, 병치례로 다 없애 버리고,,, 빚만 많아 지고 있다고....

    나이 많으신 동네 할머니께서 ,

    <이젠 갈 때도 됐는데...>하고 말씀하셨더니,,

    <그래도 살아 있는 것이 좋기는 하지요.> 하는 금술을 보여 주신다는데....

    그냥 잘 모르는 방관자인 내가 봐도,,,,, 답답하긴하다...

     

    새벽에 일어나서,, 고추밭에 줄 묶는 일등 대충하시고는,,

    시내쪽 어딘가에 청소를 다니신단다..

    오후 3시까지 일하시는데,, 한달 60만원 벌으신다고.....

     

    그 많은 고추밭일에,,

    그리고 청소 일까지.....

    그리고 다시 고추밭 일 하시고,,,

    그리고 살림하시고,,...

    공연히 죄송하기도 하고,, 마음이 조금 무겁더라...

     

    고사리도 따면서,,

    깊은 산속에 선녀나 천사같은 분이 살 것 같은 그런 집을 보고 내려오는 길..

    이 아주머니를 동네에서 제일 위에 있는 밭에서 또 뵈었다..

    <아니,, 여기까지 아주머니 밭이에요?> 하고 여쭈니,, 그렇다 말씀하신다..

    동네에서 30분 가까이는 올라와야만 해서 그런지,,

    아들이 차를 가져와서,, 같이 줄을 치면서,, 고라니 등 산짐승이 오지 못하게 줄을 엮고 계셨다..

     

    할일 없어서,, 나물이나 캐러 다니는 내 모습을 보시면서,,

    <참 부지런하다..> 고 말씀하시는데,,

    그냥 일없으면 낮잠이나 즐길 것을 그나마 산속으로 돌아다닌다.. 고 부지런 하다고 보신 것인데,,,

    그렇게나 열심히 일하시는 분을 옆으로 스치면서,,

    한가로히 나물이나 뜯는 내가 부끄러웠다...

     

    정말 산골에 사는 여자분들은 모두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하는가?

    참 놀라운 모습을 여러 곳에서 보게 되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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