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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삶 3
    내가 쓰는 이야기 2011. 5. 31. 00:36

    태식(가명)이는 초등 4학년이다..

    안양에서 전학온 태식이는 보통 아이들 보다는 조금 왜소한 듯하고,,입도 짧은 아이 같았다..

    그러나, 시골 생활에 적응하다보니,,

    활동량도 많아지고 해서 그런지,, 밥도 엄청 많이 먹기 시작하고, 아이가 조금 달라졌다..

    아빠에게 자연속에서 배운 것들이 많아서인지?

    여기 시골 아이들 보다,, 송사리등 물고기 잡는 것이 특출나고,,,

    장수풍뎅이 애벌레 등 있는 곳도 잘알아서 ,,

    전학온지 얼마 안돼도,,학교 친구들이 자주 찾아오는 그런 아이다..

     

    내가 서울에서 태식이 아빠를 알고 지낸지는 약 4년전 즈음..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여 수년 전 만났지만,,

    몇년동안 실제 만난 것은 손 꼽을 정도이다..

    그도 한때는 자신의 개발적 영역이 있어서 분명 잘 나갔던 때가 있었음은 짐작하지만...

    지난 3월 어느날 청양으로 귀농한다.. 하여 구경차 따라왔다가,,

    마을 이장을 만나서 이런저런 나의 일에 관한 이야기 하다가,,

    나도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이다..

     

    태식이 아빠가 나이 50에 태식이를 낳았다.. 하고,,

    태식이 엄마 나이를 대충 헤아리니,, 아마도 43살 때에 태식이를 낳은 듯하다..

    두분이 왜 늦은 나이에 외아들인 태식이를 낳았는지?는 묻기도 그렇고 하여서,,

    그냥 늦둥이 나아서 축복이기는 하지만,, 고생스럽기도 하겠다.... 생각을 했다..

     

    시골에 집을 1년 년세로 120만원을 주기로 하고 얻었다.. 는데,,

    집이 지상권만 있고,, 또한 경매로 넘어간 상태라서 주인도 불분명하고,,

    전기 문제 ,, 수도 문제 등등 머리 아프게 하는 일이 많더라..

    더욱이나 오랜시간 사람이 안살다보니,, 보일러 어딘가가 터져서, 집안으로 물이 스며나오는데,,

    5월 초에 몸이 하도 안좋아서 병원에 입원한 태식이 아빠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냥 보일러 배관을 닫아주는 일뿐이었다..

    산골의 5월은 아침 저녁으로는 참 쌀쌀하다..

    그렇지만 태식이네는 냉골에서 그냥 지낸다...

    언젠가는 태식이 아빠 병문안을 가면서,, 태식이는 놔두고 갈 줄 알았는데 데려가더니,,

    그다음날 일찍 돌아온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7인승 갤로퍼 차량 뒷좌석을 접고는 그 바닥에 이불을 깔고는 차량에서 같이 자고 왔다.. 는 것이다..

    이런 광경을 상상조차 못한 나로서는 이상스런 미안함과 조금은 허탈해지는 감정을 얻었다...

    당황스러움이기도 했다....

    뭔 사는 것이 이리도 다양할까?

     

    어느날 8시가 한참 넘었는데,,태식이가 학교 가는 모습을 보니,,

    이녀석이 학교로 길을 걸으면서,, 온갖 것에 눈을 팔고 딴짓만 하면서 길을 가더라..

    나중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너 학교 안 늦었니?>

    <늦었어요>

    <선생님 한테 야단 안 맞았어? 왜 늦었느냐 말씀 안하셔?>

    <그랬어요..>

    <그래 뭐라고 했어>

    <엄마가 아침에 야단쳐서 늦었어요.. 했어요..>

    아이의 대답은 역시나 단순하다..ㅎㅎ

    아이 엄마는 옆에서 듣더니,, 아주 나를 나쁜 엄마 만들어요.. 중얼거린다...

    그러고 보니,,

    아이의 학교까지의 거리가 꽤 된다..

    거의 매일을 아이를 차로 등교시켜주다가,, 아마 야단치면서 그냥 가라고 했나 보다..

    그렇지... 매일 아이를 차로 데려다 줄 수는 없을 노릇..

    그리고 보니,,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자전거로 다니던 것이 떠오른다..

    아마도 태식이도 자전거를 사달라고 떼쓰기는 하나본데,,

    태식이 아빠 병원 입원 등등으로 자전거 사 줄 돈이 없음도 이유이리라...

     

    이런 어려운 집안에,,

    어느날 아침보니,, 태식이 엄마의 어머니,,

    그러니까 태식이 외할머니가 와 계시더라..

    아주 어린 여자 아이 하나 데리고 오셨는데,,

    나이는 2살로,,태식이 엄마 동생의 딸의 딸로서,, 증손녀가 된다고 하신다..

     

    <아니,, 할머니,, 손녀 딸도 보셨을 텐데,, 증손녀까지 보세요?>

    웃으면서 말씀 여쭈니,,

    < 그 못된 것들이 맡기는데 어째요?.>말씀은 하시지만,,

    그리 나쁜 기색은 아니시다..

    딸도 일 다니고,, 여자아이의 엄마인 손녀도 일다녀서 할 수 없이 맡아 기르신다고....

    <그럼 손녀가 할머니 용돈 좀 주세요?>

    <주긴 뭘줘요.. 뺏어 가지 않으면 다행이지...>

    전기장판으로 간신히 냉골을 면하는 방에서,,이런 사연을 가진 4명이 같이 잠을 잔다..

    그래도,,2살 아이의 울음소리가 제일 큰소리이다보니,,아이만 달래고 나면 항상 웃음꽃 만발이다...

     

    오신 다음날 점심 좀 지나서,,

    주머니에서 쌈지 돈 꺼내 듯하시는데,,

    태식이 자전거 사주라고... 15만원을 꺼내 주시더라..

    공주까지 가서 자전거 살텐데,, 나보고 같이  좀 가달라..말씀하시면서...

    그 돈이 나오는 순간부터 태식이는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이다..

    빨리 공주에 가서 자전거 사달라고....

    인터넷으로자전거 사면 조금 싸지 않을까? 하는 엄마의 말에,,

    그럼 내일 못탄다.. 고 당장 사달라고 .. 흥분하는 녀석..

    그마음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내가 무슨 소용이 될까만은 나도 하던 일 멈추고 공주까지 동행하였다...

    그날 저녁 떼보 태식이는 ,,

    나에게도 감사합니다.. 할머니에게도, 엄마에게도 감사합니다.. 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그다음날엔,,

    비가 부슬부슬 오던 날이었는데,,

    녀석은 기어코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가고 말았다...

    아이 엄마는

    <이보다 훨씬 비가 많이 와도 타고 갔을 걸요..> 하고 내 시선에 답을 한다..

    태식에게는 당분간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작은 것에도 행복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삶..

     

    노년에,, 풍요로운 삶이란 녀석은 어떤 형태로 다가올까?

    정말 노년엔 아름다운 모습만 볼 수 있기를 바라건만,,,마음처럼 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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