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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동네 김노인
    내가 쓰는 이야기 2012. 7. 9. 23:00

    그랬었다.

    긴시간 비한방울 없었던 지난 긴 가뭄기간에도,,

    하도 뜨거운 볕이라서 온도계를 햇빛에 놔두어 봤더니, 날씨 예보는 31도 라지만 35도 까지 올라가던

    날에도,,김노인은 마늘 밭 풀을 메었다.

    조금 늦은 아침나절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아무리 뜨거운 볕이라도 모자도 안 쓰시고

    하루 왠종일을 밭에 풀을 메고 계신다.

    원체 강골이라고 , 저 연세에도 밭에 풀도 메고, 고라니 오지 말라고 밭에 테두리도 치시고,,

    생강도 심으시고 취나물 심기,심지어 무너진 축대까지 혼자서 쌓고 계시는데,,

    그 뜨거운 날에 나는 일사병 운운하면서 이런저런 핑게로 낮잠이나 청한다..ㅎ

     

    걸음걸이도 어슬렁 어슬렁.. 금방 넘어질 듯 비척비척 하시지만,

    더욱이나 허리도 굽으셔서 제대로 펴고 서시지도 못하시지만,,

    구부정한 자세로,,일을 시작하면 도무지 몸을 쉬지를 않으신다.

    또한 어찌 그렇게 앉은 자세를 계속 할 수 있으신지,, 다리도 안 절이시나 보다.

     

    김노인은 지난 봄에 자식들이 미수 잔치를 해드렸다.

    88세의 생일을 미수라 함은 八十八을 합하면 쌀미(米)자가 됨에서 유래 되었다는데..

    사실 김노인의 생신은 12월 즈음이라신다.

    그런데 봄에 잔치를 해드렸던 것은,,김노인의 건강이 안좋으신 듯하여서 돌아가시기 전에

    잔치라도 해드렸으면 하는 자식들의 바램 때문이라고 한다.

    다복한 자식들 덕에 잔치상을 받으신 이후에.. 초봄엔 거동도 어려울 것 같은 모습에서,,

    잔치상 덕분인지,,건강도 좋아지신 듯,,뜨거운 여름볕, 축대도 쌓으시고, 김도 메고 하신다..

     

    동네 어르신은 그런 김노인을 보고서 이렇게도 표현하신다.

    김노인 집뒤로 약 10미터 높이의 참죽나무가 있는데,, 아마도 10년전이라면 그나무에 올라가셔서

    그나무에 나는 나물 다 따고 계실 것이라고...

    그시절에는 분명 그렇게 하셨다고....

    그렇게나 강골이고, 엄청나게 부지런한 농부였음을 기억하시는 것이리라...

     

    어느날 우리 몇사람과 김노인이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던 길에,

    누군가가 느릅나무 껍질이 핑요하다는 말에,,

    동네 어느곳에 느릅나무가 있다고 말씀을 해주시면서,,

    예전에 동네에 어떤 사람도 느릅나무가 필요하다고.. 해서 가르쳐주었더니,,

    그것을 강하게 달여 먹었는지...죽어버리고 말았다.. 고 이야기 해주신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자신에 맞게 써야 한다고 말씀 덧붙이신다...

    그러면서 요즈음 당신도 달여 드신다고 말씀하신다..

    그냥 건강상 드시려니,,생각하면서 맛은 좋으세요? 여쭈니,,

    "그냥...아무맛도 없어,, 빨갛게 우러나는데..."

    "드시니 좋으신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 내가 위암이야... 암에 좋데.."

    "네?? 위암인지 언제 아셨어요? 다른 약은 안드시고요?"

    "확실히는 모르는데,, 위암같아.."

    "아니,, 아드님한테 병원에 가자고 하시지요..건강보험에서 무료로 검사해줘요..."

    "그런데,, 아이들이 안데리고 가네.. 보건소에 데려다 달래도..."

    순간 우리는 말을 잃어 버렸고,  잠시 후에 서로 다음에 자신이 병원에 모셔다 드리겟다.. 말들을 한다..

    갑자기 우리들 말 속에,, 김사장 내외는 불효자가 되었다..

    김노인의 아들과 며느리가 아주 불효를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냥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제와서 암이라고 판정 받은들,,어찌어찌 수술도 힘들테고,,

    그래서 그냥 모르고 지나심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랬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들 했다.

    알고서 돈 없어 마음 아프느니,, 그냥 모르고서 건강하셨으면 하는 마음...

     

    사실 그했다.

    김노인이 옆에 오면 오줌지린내가 코를 막게 한다.

    오줌 조절능력이 없어지심이 확실한데,,

    그런 냄새속에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떠울랐다.

    아버지께서도 참 냄새가 심하셨는데....

    그런 모습에 엄마도 고생 많으셨고,, 형수도 엄마 돌아가시고 고생 많았었는데....

    바쁜 시골살이에 사실 며느리가 시아버지 옷 갈아 입히는 일도 버거우리라...

    이런 현실이니,,

    어쩌면 저 편안한 하늘나라로 곱게 돌아 가셨으면... 하는 마음자세인지도 모르겠다..

     

    미루어짐작함은 나의 자유이지만,,

    아뭏든,, 이런저런 이유로 김노인은 스스로 암이라고 진단을 하시고, 스스로 느릅나무를 달여 드신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그렇게나마 모시고 사는 아들이나, 며느리도 분명 효자효부라고 말하고도 싶다..

    젊은 시절엔 정말 강건하고, 부지런하셨을 노인..

    그런 그분을 보면서 잘 산다... 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을 많이하게 한다...

     

    언젠가 둘이 있던 날에 이런 질문도 드려보았다..

    "혼자 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10년 넘었지...."

    "그때는 굉장히 건강하셨을 때네요.."

    "그렇지....뭐~~"

    귀도 잘 안들리시는 분이시지만 정신만은 또렸하시고 노인 특유의 여유로움이 있으시다.

    담배를 즐기시고 예전에 내가 즐겨 피었던 디스 담배를 피우신다..

    "요즘 디스 담배는 얼마예요?"

    "2,000원,, 제일 싼 거야.."

    "예전에 제가 담배 피던 때는 제일 비싼 것이었는데,, 그때도 2,000원 이었어요..ㅎ"

    "그려~~~"

    "그런데, 담배는 누가 사다 주세요? 김사장이요?"

    "아녀,, 내가 사"

    "돈은요?"

    "응 내가 6,25참전 용사라고 15만원 정도 나와,, 그리고 얘들도 가끔 사다가 주고..."

     

    많았던 시골 땅을 김사장에게 물려 준 것 같고, 그런 김사장은 이런저런 노력을 하긴하지만

    땅은 자꾸 남의 손으로 넘어가고,,

    그런 것들이 노인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고,,또한 농사 짓는 것도 불만이시니,,

    나이 들어서.. 나이 많은 자식에게 성질도 못부리시고,,,

    그런 땅에 노인은 그날도 오늘도 내일도 땅만을 상대하고,,땅을 놀리지를 않으신다..

    당이 친구고 땅이 아들이고, 땅이 애인이다..

     

    긴 가뭄에 땅이 타들어가지만,,

    농부는 꼭 풍년을 바라고 씨를 뿌리는 것이 아니고,,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에 미루는 법은 없다..

    는 가르침처럼,,

    김노인은 자식을 위해서, 손주손녀를 위해서,,그런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옛 땅을 친구하신다..

     

    잘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구부정한 허리, 비칠비칠 걸음걸이, 귀도 잘 안들리고, 암이라도 있는 듯 위가 안 좋다 하시고,,

    하루 종일 몸에선 오줌 지린내가 난다..

     찬찬히 말씀도 잘 하시지만,,남들과 말씀도 거의 없으시고, 동네에 친구들도 모두 사라지고,,

    밥 세끼 챙겨 드시고. 담배하나 물고, 막걸리 한잔이 유일한 동반자이다..

    손주 손녀들도 보통 그렇듯이 할머니 보다는 할아버지를 그렇게 따르진 않고,,

    힘은 없으신 듯 해도,, 농사로 이골이 나신 터라서,,온종일을 일을 하실 수 있는 것이 낙이다.

     

    정말 잘 산다는 것은,,

    나이 먹어서,,정말 나이 먹어서,,

    육체적 힘이 많이 떨어졌을 때에,,,

    진정 자신옆에서 자신을 함께 위로할 수 있는 이와 함께,,,

    그렇게 쪼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정말 잘 산다는 것은 노년이 슬프지 않아야 한다.

    노년이 아프지 않아야 한다.

    노년이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

     

    그렇게 건강하게 재미나게 정신적으로도 풍요롭게,, 오랜 벗과 함께 살고 죽을 수 있다면...

    김노인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부모님이 떠으르고,,

    정말 외롭지 않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잘 살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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