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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를 사면서..1편내가 쓰는 이야기 2022. 12. 9. 00:41
마트에 포장된 냉이가 눈길을 끈다.
잊혀진 향내가 돌아올 듯하여 냉큼 집어들었다.
달래도 사야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우선 냉이의 참맛만 보기로 한다.
맛난 된장을 조금하고 국간장 등 하여 냉이국을 끓였다.
‘너 뭐니?’ 묻고 싶지도 않은 맛을 만난다.
정말 아무런 맛과 향이 나지 않는 잡풀이다.
예휴~~~ 소리가 절로 나지만 된장 맛에 국을 버리진 못한다.
왜 이럴까? 곰곰 생각해보니 추운 계절을 만나고 커야 제 맛이 날 터인데
이 가을같은 겨울날에 추운 날이 하루도 없었던 듯 하다.
예쁜 모습을 보니 비료도 주어서 컸을테고, 따스한 날씨 탓에 잘도 자랐을테니 이렇게나 맛과 향이 사라졌으리라.. 짐작한다.
‘그래’ 성급하게 냉이의 겨울향을 기대했던 내가 오히려 잘못인게지..생각한다.
사과 등 과일도 그렇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고랭지에서 자란 사과 등이 깊은 맛을 내듯이 추위와 바람을 이겨낸
것들이 작물 고유의 맛과 향을 지니는 것이다.
물론 감은 추위에 약하여 민가 근처 낮은 곳에서 자라기에 차이는 조금 있지만, 나무 위에서 서리 맞은 감을 먹어 본 사람들은 그 맛과 시중에 파는 감의 맛 차이를 많이 아쉬워 할 것이다.
꽃도 마찬가지로 그러그런 날씨가 연속하면 가을날에 구절초 향기도 빛을 잃는다.
10년 정도 전 어느해인가 경남 거창에서 구절초꽃을 따서 잠시 찌고 말려서 구절초 차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 그때 그 맛과 향이 얼마나 좋았던지...
그래서 가을날만 오면 구절초 차나 산국 차 등을 만들어 볼까? 망설이게 한다.
3년전 전북무주에서 1년을 살 적에, 가을이 오던 길에 마침 구절초의 그 차향을 못내 기대했었다. 무주 산골 깊은 곳에 피어난 구절초이니 얼마나 나를 설레게 하던가.
그런데 피어있는 꽃 자체에도 향이 없었다.
왜?? 일까? 땅의 미네랄 성분이 달라서인가? 비가 많이 와서일까??
무주의 이곳저곳 산하를 뒤져도 그 향이 없기에 너무나 실망하였다.
결국은 10여년 전 지냈던 거창까지 일부러 일을 만들어 구절초를 만나러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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