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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이를 사면서 ..2편
    내가 쓰는 이야기 2022. 12. 9. 00:42

    무주에서 거창 가는 길에는 육십령 고개 등 재가 많다.

    육십령 전설은 예전에 산적이 많아서 이곳을 넘으려면 60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야만 넘을 용기를 얻었다 한다.

    그렇게 재가 많으니 거창 사과가 유명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구절초 향을 만나러 거창까지 달려갔으나 거창의 이곳저곳의 구절초에서도 향기가 없다.

    왜 이런가? 정말 이상하다..

    그래서 예전에 머물던 거창 가북면 산골 깊은 곳까지 가본다.

    그렇지만 이곳의 구절초에도 향기가 없었다.

    생각에 생각이 미치는 것은 비가 많이 와서인가? 하는 의문만 품어 본다.

     

    비도 조금은 자주 와서 향기가 옅어졌을 수도 있고,, 시시때때로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에 의해서 비 속에 산성 성분인 중금속 성분들이 많아져서 그렇지 않은가 생각해 보았다.

    식물의 맛과 향을 형성하는 것은 미네랄에 의함이 가장 큰 데,, 중금속류의 미네랄 성분들이

    식물이 필요로 하는 미네랄 성분들을 밀어버려서 그런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옥수수, 시금치, 토마토 등 식물의 칼륨은 나트륨을 첨가하면 칼륨의 량이 감소한다.

    어떤 원소가 어떤 원소를 밀어내는 작용을 길항작용이라고 하는데, 식물은 칼륨 성분이 많은데 소금을 첨가하면 맛이 좋아지고 영향 균형이 맞는 것이다.

    이렇듯이 중금속 성분들은 식물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여러 성분들을 밀어내서 구절초 향이 적어졌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공해가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니 앞으로 구절초 등 향이 깊은 차들도 이젠 만나기 어렵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참 슬프다는 생각을 갖게 했었다.

     

    이번에 가을날에 냉이 맛을 보면서 그시절에 구절초에 내렸던 생각을 조금 수정해야 하는가? 생각해 본다.

    산성 비에 의한 영향은 분명하지만, 밤과 낮의 온도 차가 많은 날에 구절초가 자랐다면 향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번 가을날에 경기 외곽에서 산국은 조금 채취해서 차를 만들었지만, 구절초는 향기를 잃었겠지.. 하고 신경을 안썼는데, 언젠가 가을날의 일교차가 크고 쌀쌀한 날이 자주 있다면 구절초 향을 맡아 봐야겠다.. 하고 생각해 본다.

     

    비유가 적절할 지는 모르겠다.

    식물이 대하는 시련 같은 것은 식물만 이런 것이 아니고, 동물이나 사람의 생에도 같은 작용을 하는 듯하다.

    온실에서만 자란 식물군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란 식물군이 강인하고 제 향과 맛을 내듯이,,

    사람도 온실에서만 자란 사람보다는 어려움을 겪고 거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 인간미와 사람향이 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들이 남을 이해하는 마음도 있을 터이고, 자식을 품고 아이의 성장을 겪어봐야 남의 자식도 알고 부모에게 얼마나 잘못했는가 등등도 알 수 있다.

     

    추위와 거친 환경에서도 식물은 사멸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향과 맛을 발산함을 가을날에 냉이를 사면서 알게 되었다.

    사별과 이혼의 아픔을 가진 이들도 분명 어떤 아픔이 있는 추위와 거친 환경 속에 사멸하지 않고 잘 이겨냈으니 조금은 지혜롭고 인간적인 향기를 가졌으리라 생각해 본다.

    가을날에 냉이 하나 맛보면서,, 구절초 이야기에 우리들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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