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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한편과 함께 하는 이야기
    내가 쓰는 이야기 2012. 9. 19. 21:00

    정희성 시인이 쓴  <시인본색>은 이렇습니다.

    =====================================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말 듣고 속이 불편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서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 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

    ======================================

    도종환 시인은 어느 책에선가..

    같은 일을 하는 동료시인 정희성 시인을 평하기를,,

    맑고, 선비정신을 지키며 살고, 욕심에 얽매어 문학을

    하는 분이 아니다.. 그야말로 학같은 분입니다..라고

    평을 합니다.

    그런데  이 시를 대하고는 같이 사시는 분은 아무래도

    정희성시인을 닭으로 보는 것 같다고 웃어넘기면서,,

    < 어쩌면 닭의 삶이면 어때..> 하면서 동류로서의

    위안의 글로 스스로 자족해 하는 글을 남겨 봅니다.

     

    <시인본색>은 이렇게 시 하나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참 재미있지 않나요?

    세상 많은 이들이 학같이 바라본다. 해도 같이 사는 이에겐

    구시렁거리게 할 만한 일이  많은가 봅니다.

    저도 많은 공감을 합니다..

    매일 같이 접해서 살아가다보면, 인간이 완전체가 아닌데,,

    어찌 상대의 허물이 안 보이겠습니까?

    사람은 자기 스스로도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어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이 어여쁘기만 하겠습니까?

     

    학과 닭, 오골계 하니 특별히 떠오르는 사람이 두 사람 있습니다.

    지금부터 2,500여년 전에 살았던 공자와 소크라테스랍니다..

    오래 전 읽은 최인호의 <소설 공자>에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공자의 유교사상은 주희에 의해 주자학으로 발전을 하는데,,

    우리에겐 도덕적인 면이 강조되면서 효와 예라는 사상을 뿌리 내리게 하고,

    일본에겐 충을 중요시 하도록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요..

    아무튼, 공자의 사상은 예에 대해서 특별한 마음 자세를 가짐이 확실한데,,

    이런 공자가 이혼한 흔적이 여러 문헌에서 드러난다.. 고 합니다.

    공자님도 이혼했는데.. 하고 위안거리 삼아 볼까요?

    사마천의 사기에도 스치듯이 이런 문제를 거론한 흔적이 있습니다.

    제자들에게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상은 치러야 함이 당연하다고 강조하던

    공자가,,정작 자신의 부인이 죽어서 아들이 1년 시묘살이를 하자

    "그만하면 되었다. 할 만큼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은 유학자들이 애써 감추고 들어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우리말로 해석을 하지 않아서 일반인이 잘 모르는 이야기일 테지요.

    아무튼 공자가 이혼을 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래요.. 다른 한사람을 또 떠올려 봅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부인을 악처라고 하는데. 학처럼 고고한 철학적

    인품을 가졌을 소크라테스지만 집안살림에는 무심한 그를 오골계로 보고는

    그분의 처는 악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렇듯이 동양에서는 2500년 전 쯤에 돈 한 푼 벌어다주지 않고, 세상을

    떠돌면서 상가집 개처럼 벼슬만을 구하는 공자를 남편으로 두었기에,

    아마도 제가 공자의 부인이 먼저 <이혼하자..>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인으로 추앙 받는 분들이지만, 집안 식구들 배부르게 하지 못하는 학은

    어쩌면 그시절에도 오골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정희성 시인의 마눌님 생각을 엿보면서,,,

    같이 사는 부부라는 개체는,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만,, 어쩌면 가장 편한 상대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더욱 짙어집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사람도 남편(아내)이요.

    투덜거릴 대상도 남편(아내)이요,

    뭘 시켜도 미안하지 않고, 내가 원하면 뭐든지 들어 줄 것 같은 대상.

    심지어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발가벗은 모습도 창피하지 않은

    아주 편안한 상대.

    그 만만한 상대가 남자인 경우는 당연히 집안에 금전적 여유를

    가져와야 함이 무엇보다 우선이었을 것입니다.

    먹을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학처럼 고고함도 갖추어야만 존중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이렇기에, 남들에겐 고고한 학이, 같이 사는 이에겐 닭이 되고,

    오골계까지 되는 것이겠지요..

    그만큼 부부라는 입장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건너뛰어서,, 

    아주 편안한, 제일 가까우면서도 만만한 상대인 것이겠지요..

    그런 반면에, 서로가 오골계로 대하면 상대를 힘들게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편안한 상대조차 없다는 현실에 처한 사람들은 정녕 혼자

    살아서 편안한 삶일까요?

    내가 학이랑 못 살고, 닭이랑 살 바에야 혼자 살겠다...하는 마음

    자세가 자유로움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커다란 착각 속에 사는지 모르지요..

    학은 못되지만 닭이기에,, 서로에게 더욱 편안한 사람이 될 수있음을요..

    지가 살아봤냐고,,학 좋아하네, 닭이다 닭 중에 오골계.. 하고

    구시렁댈 사람이 곁에 있음이 오히려 행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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