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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
    책읽기 2019. 6. 13. 22:06



    서정춘 시인의 <죽편>에서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은 소설의 제목으로 다른 책에서도 많이 인용되는 듯 하다.

    한줄의 싯귀가 뭔가 깊은 의미를 주는 듯 하여서 그러하리라 생각해 본다.

    소리꾼 장사익은  이 죽편을 '여행'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한서린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어떤 울림을 준다.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백년이 걸리는 거리라면 멀기도 하겠고, -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는 칸칸마다의 사연이 깊은 이들이 그래도 푸른 희망의

    마음을 가지고 대꽃은 꽃을 피면 죽는다 하는데, 60년이나 100년에 꽃을 피우고 죽는다 한다.

    그래도 지구별에 놀러와서 100년의 시간에 사연 많은 꽃을 피우고 사라지는 인생살이를 의미하는 듯 하다.

    장사익은 그것을 여행으로 표현했고, 우리네 인생은 지구별에 놀러 온 즐거운 여행길이었으면 하면서 살아가는 것 아닌가 한다.


    소설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은 16편의 단편적인 소설이 하나하나마다 특별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는 1편 자체로 독립적인 내용이 아니고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은  다른 곳에도 계속 등장하여 주인공의 이야기에 깊은 의미를

    가미하고 잇다. 저자가 사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노년의 모습과 그네들이 길러온 자식들과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는데

    개개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처연하고 조금은 서글프다. 저자는 그것을 죽음을 향해서 가는 여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담담하게 표현을 하면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게 삶이라고 하면 죽음의 곧 삶이고 삶은 곧 죽음이라고 까지 말한다.

    외눈이 구암댁과 통풍으로 인한 혹부리 아들 선섭의 은둔자 같은 동굴 속 생활, 대형 금융사고를 치고 고향에 내려왔지만

    정신을 놓아버린 상태인 장희는 어쩌다 보니 애까지 낳게 되어 동네 잔치도 하게 하는 경사도 전한다.

    땡감나무 한그루 때문에 점덕어매와 옥신각신하는 고임씨 얘기는 혼자 살면서 모든 추억이 담겨 있는 것은 땡감나무 한그루 밖에 없는데

    그것을 베어버리라는 점덕어매 때문에 마음 상하던 고임씨가 70이 넘은 나이에 땅끝에서 서울까지  도보여행을 계획하며

    그러다가 어린시절 동무 주현과 함께 마음을 주고 받는 '봄날이 온다'가 가장 마음 따스한 이야기로 다가 온다.

    3명의 홀애비들의 애환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표현되는데, 여인네들은 숭모당에 모여서 같이 음식도 해먹곤하지만 남자들은

    어울리지 못함이 문제 이기도 하지만 도시에 나갔던 아들이 외국인 며느리와 손주 함께하여 고달픔을 더해주는 것이 서럽다.


    이야기가 너무나 애환이 많게 전개되기는 하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고 정말 가부장적인 사회였던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 같다.

    정겹게 느껴지는 사투리는 소리나는대로 글로 옮겨졌는데 그것이 더욱 글에 정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네 정겨웠던 추억의 시골의 모습을 아주 졍겹게 묘사해 주어서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현대에 가깝지만, 우리네 60~70년대의

    이야기를 엿보는 듯한 정겨움이 있다. 특별한  소설을 만났고 저자 송은일을 기억하고 싶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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